30여명 발열 등 증상...격리 조치
당국, 건물 폐쇄 역학조사 나서
서울 광진구에 있는 건국대 서울캠퍼스의 동물생명과학대 학생들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증상이 집단으로 발생해 보건당국이 28일 역학조사에 나섰다. 또 해당 단과대 교수와 재학생 등 850여명은 능동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보건당국과 건국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3명 발생했으나, 전날과 이날 집중적으로 늘어났다. 학교 측은 일반 폐렴보다 전염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해 전날 광진구보건소에 신고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중앙역학조사반을 파견해 현장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보건당국이 파악한 환자수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교수와 학생을 포함해 21명이고, 이들은 주로 폐렴 및 호흡기질환,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환자들이 건물 내 인접한 3개 실험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들의 공동노출 요인을 찾는 데 주력 중이며, 이들을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가지정 격리병동으로 이송해 치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날 밤까지 10명 가량이 추가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부터 동물생명과학대 건물을 폐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학교 측과 협의해 실내공간에 대한 소독 등 방역조치를 실시한 뒤 건물 이용자 및 접촉자 명단을 확보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원인규명을 위해 환자 및 환경가검물을 채취해 상세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동물생명과학대 학생 일부가 최근 이 대학 충주캠퍼스 실습농장을 방문해 젖소 등에 대한 샘플 연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소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브루셀라 등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병원체 확인에 며칠 걸린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메르스는 확실히 아니고, 브루셀라 증상도 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 대학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대학병원 격리병동 앞에서 만난 동물생명학과 3학년 여학생의 한 학부모는 “딸이 지난 주말 감기 몸살 증세를 앓다가 오늘 학교에 왔는데 오전 11시쯤 건물이 폐쇄되고 딸이 격리됐다”며 “열이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격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건국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맨 처음 격리된 4명 중 학생 2명은 직접 동물을 본 연구원이고, 나머지 학생 1명은 다른 연구를 하는데 가까운 연구실을 썼고, 교수 1명은 층만 같았을 뿐 역시 다른 연구를 했다고 한다”며 “엑스레이 촬영 결과가 너무 이상해서 담당 교수가 놀라 환자들을 다 격리실로 뺐다”고 초진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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