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가 열리면서 수출기업들이 무한 경쟁에 접어들었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생산비, 즉 원가 절감에 들어갔다. 품질과 디자인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가 절감이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메가 FTA 시대에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원가 줄이기에 나섰다.
최근 침체기에 빠진 석유화학업계는 가스, 휘발유 등을 정제하고 남은 값싼 기름(잔사유)을 다시 사용하고 원가 경쟁력이 있는 생산거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부터 잔사유 고도화 설비 등에 4조7,89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찌꺼기로 취급하던 잔사유에서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특히 프로필렌은 자동차 내장재, 전자제품, 단열재 등에 들어가는 폴리우레탄의 원료로 수익성을 높이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사우디로 눈을 돌렸다. 현지 석유화학회사 시프켐과 합작회사 IPC를 세워 최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생산을 시작했다. EVA는 신발 밑창, 접착제, 태양전지 시트 등의 원료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세계 일부 기업만 만들 수 있는 특화제품이다. IPC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석유가 아닌 사우디 지역에서 생산하는 에탄가스를 원료로 사용해 원가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현재 한화케미칼의 EVA 생산 능력은 연간 31만톤 규모로 듀폰(40만톤)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플랫폼 공유를 통해 생산비를 줄이고 있다. 플랫폼은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주요 섀시 부품, 하부 차체로 구성되는데 여기에서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낸다. 플랫폼 공유는 원가를 줄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3년부터 중소형, 중대형, 중형 후륜구동, 대형, 소형 상용, 후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6개의 플랫폼에서 40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중소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크레타(인도 등), ix25(중국), 쏠라리스(러시아), HB20(브라질) 등 현지 문화와 도로사정을 반영한 맞춤형 현지전략 차종까지 개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폭스바겐, 토요타 등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중소형 플랫폼 하나만으로 3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정도로 플랫폼 공유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폭스바겐, 토요타 등은 2000년대 중반부터 플랫폼 공유로 3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전자 업종은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연구개발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비를 2010년 9조3,8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3,300억원으로 늘렸고 올 상반기에만 7조4,100억원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도 연구개발비를 2013년 1조원,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2,000억원 이상 늘어난 8,800억원을 투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는 연구개발비가 앞선 기술력으로 경쟁업체를 누르는 무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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