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입주민 초등생 자녀 취학대책 없으면 사업승인 못해"
1800가구 초등생 500명 이상 예상
인근 학교 추가 수용 최대 120명… 신설 안 하면 갈 곳 없어 비상
대구시 "300가구 이상·상업지역 지역주택조합아파트 금지" 건의
대구지역 최대의 지역주택조합인 수성구 범어네거리 ‘라 펠리스’ 건설이 ‘학교’라는 암초에 걸렸다. 1,8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이지만 주변 초등학교 수용 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해 사업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상태로는 학생수용 협의 요청이 오더라도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성구를 중심으로 난개발 양상을 보이는 지역주택사업조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수성구청 등에 따르면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 라펠리스1’는 지난 6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1,372가구를 짓기로 하고 사업승인을 준비 중이다. 지난 8월엔 조합원총회를 열어 범어네거리 동남쪽 코너 상업용빌딩도 추가매입키로 하는 등 건축가구가 1,800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학생수용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랜드호텔 뒤쪽 동도초등학교와 달구벌대로 건너 범어초등학교가 있지만 여력이 거의 없다. 신설하지 않는 한 완전 수용은 불가능해 보인다.
대구시교육청이 일반아파트를 건축할 때 적용하는 가구당 초등학생 수는 0.29~0.35명. 적게는 400명에서 많게는 600명 이상의 초등생이 몰릴 수 있다. 사업부지 안에 있는 기존 주택의 초등생을 고려하더라도 4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상업지역이 많아 기존 주택 학생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형 평형 중심 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계산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대구로 건너편 동도초등학교는 주변에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미 과밀 상태다. 학급당 31, 32명으로 초등학교 학급당 배정기준 25명은 물론 전체 학급수도 38학급으로 기준 36학급을 넘었다.
유일한 대안인 24학급 규모의 범어초등학교도 학급당 인원이 2학년(24명)을 제외하면 29, 30명에 이르고 4학년은 34명으로 초과밀 상태다. 최대 4학급 정도 더 만들 수 있지만 인근에 지역주택조합 형태의 신규 아파트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많아 라 펠리스 학생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학생수용 협의요청이 오더라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부동의 할 수밖에 없다”며 “범어초등학교에 최대 4학급을 마련할 수 있지만 120명이 한계”라고 못박았다.
조합과 업무대행사 측은 최근 대구시교육청을 방문해 비공식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협의했지만 시교육청은 불가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도 조합과 교육청이 학생 수용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오지 않으면 사업승인을 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기존 학교에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교실을 증설하거나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를 신설하지 않는 한 곤란하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학급당 배정인원 확대나 교실 증설로 되면 분양가의 0.8%인 학교용지 부담금만 내면 되지만 현재로서는 시교육청과 조합이 답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민들이 입주 후 초등생 자녀를 보낼 학교가 없다고 한다면 누가 용납하겠냐”고 반문했다. 조합측이 행정소송을 하더라도 학생수용 대책이 없는 사업은 승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주택 취지를 무시하고 상업지역에 대규모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토부에 300가구 이하, 상업지역 지역주택조합 금지 등을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조합과 업무대행사 측에 학생수용 대책 마련 상황에 대한 설명을 수 차례 요청했으나 “모른다”고만 답변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에 지역주택조합 방식 아파트 건설 지역은 조합설립 인가가 난 곳은 6곳, 인가신청 1곳, 조합원 모집 22곳에다 사전준비작업 중인 곳을 합치면 50곳에 육박한다. 이 중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만촌동 신동아 파밀리에 92가구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분양아파트의 경우 사업시행사와 시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학생수용문제 등을 검토해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있어 학생수용 문제가 별로 없다”며 “지금 대구지역에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 상당수는 외지 업무대행사들이 개입하고 있어 학생수용과 난개발 등의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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