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동기·배경 뚜렷이 설명 안 돼
정준양 등 관련자 구속 여부 주목
이상득(80) 전 의원에 대한 불구속 기소 방침 발표와 함께 7개월여에 걸친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사 장기화 논란, 핵심 피의자 영장 기각 등 각종 부침을 겪은 이번 수사가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정준양(67) 전 회장 시절 포스코가 무리한 기업 인수ㆍ합병(M&A)에 나서게 된 진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포스코 비리와 관련,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를 대표적인 부실 M&A 사례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2010년 3월 포스코는 부도위기에 내몰린 성진지오텍 지분 40.38%를 시세의 두 배인 1,593억원에 사들여 기존 대주주였던 전정도(56ㆍ구속기소)씨에게 300억원의 차익을 안겨줬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내부 검토절차도 생략하면서 인수를 서둘러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과 전모 전무의 배임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수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배임 의혹 동기와 배경이 뚜렷이 설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검찰은 성진지오텍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포스코와 성진지오텍, (매각 주관사들인) 산업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을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찾는 게 목표”라고 했으나, 이 부분 수사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해당 컨트롤타워는 전씨가 얻은 이익의 최종 종착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검찰은 포스코가 전씨 개인에게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만 하고 있을 뿐, 관련 물증이나 진술은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다섯 차례의 소환조사에서 대체로 자신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면서도 성진지오텍 인수에 누가 개입했는지는 함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M&A 담당 상무였던 전모(55) 포스코건설 전무도 한때 검찰 수사에 협조할 듯한 의사를 보였으나 갑자기 ‘모르쇠’로 돌변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전 회장 또는 전 전무의 입을 열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정하려면 좀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대검과 협의해 다음주쯤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수사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핵심 피의자의 영장 기각을 몇 차례 겪으며 수사에 타격을 받은 만큼, 검찰이 영장 기각의 부담을 고려해 안전한 길을 택한다면 마지막 퍼즐을 풀지 못하고 포스코 수사는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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