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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교 추천 전형으로 신입생 절반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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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교 추천 전형으로 신입생 절반 뽑는다

입력
2015.10.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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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 전형은 폐지

내신 불리하면 입학 어려울 듯

정시 비중도 15% 안팎으로 축소

'물수능' 불신 입시 변화 신호탄

고려대가 현재 고교 1학년생이 응시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학교장 추천 전형’을 확대한 ‘고교 추천 전형’으로 신입생의 절반을 선발한다. 또 수시 모집에서 실시했던 논술 전형을 폐지한다. ‘물수능’ 논란으로 변별력이 희미해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불신에 따른 입시제도 변경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고려대는 28일 서울 안암동 본교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학년도 입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2017학년도 기준 635명(16.7%)을 선발하는 학교장 추천 전형이 고교 추천 전형으로 바뀌고 선발 인원도 신입생의 50%로 확대된다. 수시에 해당하는 고교 추천 전형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정시모집의 비중은 26%(983명ㆍ2017학년도 기준)에서 15% 안팎으로 줄어든다. 다만 재수생은 고교 추천 전형에 응시할 수 없다. 고교 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남호 고려대 교육부총장은 “고교에 학생 추천권을 주고 대학은 이를 신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의 학교장 추천 전형을 유지하면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투 트랙 선발’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욱 입학처장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등급제 적용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은 해소해야 할 과제다. 고려대는 현재의 학교장 추천 전형에서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지원을 제한했으나 2018학년도부터는 이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설립 유형별로 학력격차가 엄연한 상황에서 특목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일반고 등에 차등을 둘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재욱 입학처장은 “고교등급제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고교에 기회를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2017학년도 기준으로 1,040명(27.4%)을 선발하는 논술전형을 폐지하는 점도 큰 변화다. 이 전형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등 본래 추구했던 의미가 퇴색했다는 게 고려대의 판단이다. 실제 고려대는 2009∼2013년 논술전형 입학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추적, 다른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내신을 잘못 관리할 경우 논술을 통해 만회할 수 있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어서 내신이 불리한 절대 다수 수험생들에게는 고려대 입학 통로가 전보다 좁아지게 됐다.

정시모집 선발 비중은 수시에 해당하는 고교 추천 전형 선발 인원이 대폭 확대되는 것과 반비례해 현재 25.9%에서 15%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고려대는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정시모집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과 쉬운 수능 기조 등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고려대는 정시를 포함한 모든 전형에서 심층면접을 도입, 인성 등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고려대의 입시 개편이 다른 대학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더 이상 수능성적으로 학생들의 우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려대가 먼저 치고 나간 것”이라며 “특히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고려대의 입시제도 개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합적으로 고려대의 입시 개편안에 대해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라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논술폐지와 정시 축소로 학교내신이 불리한 절대 다수에게는 사실상 지원하기 힘든 학교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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