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집회 참여를 위해 이동하는 행진을 미신고 시위로 보고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은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조휴옥)는 자신의 이동을 막은 의무경찰의 방패를 빼앗은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된 대학생 차모(20)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차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관련 집회에 참여했다가 인근 광화문광장에서 뒤이어 열릴 집회도 참석하려고 행진하다가 경찰에 제지 당했다. 차씨는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의무경찰의 방패를 빼앗았다. 이후 경찰이 채증 영상으로 그를 색출하면서 차씨는 기소됐다.
1심은 “방패를 빼앗긴 의무경찰 등 이동경로를 차단한 경찰들은 집회 시위에서 있을 불법행위를 차단하려 상황대비 근무를 하고 있었기에 적법한 공무집행 중이었다”며 차씨가 그런 경찰의 방패를 빼앗은 것은 공무집행 방해가 맞다고 인정했다.
단순히 경찰이 이동제한을 하는 목적만을 심리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경찰이 과연 행진을 차단할 정당한 근거가 있었는지를 살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집시법상 시위에 해당하는 이동으로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차씨의 행진은 이동하려는 목적이어서 시위라 볼 수 없고, 설령 시위라 해도 사전 집회 시위 신고 의무는 주최자에게 있어 단순 참가자인 차씨를 처벌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심 재판부는 “차씨 등의 이동행위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의 진압과 수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 범죄의 예방, 경비,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미리 차단할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차씨가 서울 종각역 차로를 막고 시위한 점은 일반교통방해로 보고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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