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선ㆍ건설사 새로운 회계 기준 제시
원가도 분기별로 재평가 .. 개선안 실효성 견해는 분분
금융당국이 회계 처리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에 대해 새로운 회계 기준을 제시했다. 장기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산업이란 이유로 자의적으로 회계를 운영하다 한꺼번에 조 단위 영업손실을 반영하는 이른바 ‘회계절벽’ 현상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사와 건설사들은 내년부터 공사진행률과 부문별 총예정원가, 대규모 사업장의 미청구공사 금액 등 주요한 회계 정보의 변동 추이를 분기마다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같은 내용의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16회계연도 1분기 보고서부터 이 방안에 따라 바뀐 회계와 공시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고무줄 원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조선과 건설사들은 공사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해왔다. 예컨대 한 건설사가 공사기간이 3년 걸리는 3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할 경우 공정률에 따라 매년 3분의1의 공사가 완료된다는 전제하에 매년 매출 1억원을 인식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의적인 회계 처리로 이어지는 빌미가 됐다. 저가수주를 한 후 애초에 공사에 투입되는 예정원가를 낮게 적용하거나 공사 중 발생한 원가상승분을 별도로 인식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엔지니어링 등 최근 들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회계 처리를 해오다 공사 완료 시점에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며 ‘어닝 쇼크’가 발생한 사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사업 초기 한번만 공시되는 총예정원가를 분기별로 재평가해 변동내역을 사업 부문별로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주요 사업장별 공사원가 변동내역을 회사의 내부감사기구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미청구공사와 관련된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주업체에 아직 청구하지 못한 금액, 즉 잔금에 해당하는 미청구공사액은 수주기업들의 잠재 부실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 회계 지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미청구공사액을 발표할 때 회수 가능성이 작은 금액은 대손충당금으로 따로 표시하도록 했다. 이 밖에 핵심감사제(KAM·Key Audit Matters)가 새로 도입되는 등 외부의 감사와 회계 부정에 따른 문책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개선안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전히 정보의 제약이 많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정보가 투명해진 측면은 있지만 지침이 모호한 내용들이 많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공시를 할 지를 두고 해당 기업들의 혼선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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