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속으로 다가온 탁구, 이제 더 이상 취미가 아니에요.”
28일 막을 올린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작은 도전에 나선 이가 있다. 지난 2월부터 성동구청 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승준(33)씨. 지체장애 2급인 김씨는 탁구 9체급 부문에 출전하는 서울시 대표선수다.
어릴 적 김씨에게 스포츠는 구경의 대상이기만 했다. ‘근육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안고 태어난 김씨는 팔다리를 비롯해 온몸의 근력이 비장애인보다 떨어져 계단을 오를 때도 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창시절 체육시간이 와도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았다. 김씨는 “농구공을 아무리 힘껏 던져도 링까지 닿지 않아 옆에서 친구들을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며 “야구 관람 등 스포츠를 보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김씨에게 탁구는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진학해 교내 동아리 홍보부스를 돌아다닐 때였다. 탁구 동아리 부스에 걸린 작은 탁구 라켓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공을 받는 것조차 어려웠다. 김씨는 “좌우로 순발력 있게 이동하며 쳐야 하지만 다리가 불편해 공을 놓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탁구 특유의 전략과 박진감에 서서히 매료돼 갔다. 수업을 마친 뒤 어김없이 탁구대로 향해 매일 3시간씩 친구들과 공을 주고 받았고 방학이면 매일 후배들을 불러내 함께 탁구 라켓을 잡았다. 그렇게 2년 동안 치면서 붙은 실력으로 동아리는 물론 다른 대학 비장애인 학생들과 시합에 나가 자웅을 겨뤘다.
졸업 후 김씨는 비장애인들도 참여하는 정식 대회로 눈을 돌렸다. 현격한 실력 차에 예선부터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실력을 갈고 닦아 대회 참가 10년 만인 2013년 성동구청기 대회에서 86명의 비장애인 참가자들을 제치고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김씨의 태도는 남다르다. 2년 전 첫 출전 때는 전년도 우승자를 만나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지난해는 공무원 시험 준비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개인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실업팀 소속도 아니다. 엘리트 체육을 경험한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드문 사례다. 김씨는 “탁구는 인생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 고마운 친구”라며 “취미를 넘어 올해는 꼭 우승을 노린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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