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98년생… 한 학년 위 맏형 주장
2002년 신화 최진철 감독과 닮은꼴
"골 많은 경기 좋지만 막는 게 내 일"
FIFA, U-17월드컵 활약 집중 조명
“축구팬으로서는 0-0 무승부보다 4-4 무승부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은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수비수의 ‘본분’을 묻는 질문에 이상민(17ㆍ울산현대고)의 대답이 야무지다. 그는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17세 이하) 칠레월드컵 조별리그를 거친 24개팀 중 유일하게 무실점 경기를 이끈 최진철호의 중앙 수비수이자 팀을 이끄는 캡틴이다. FIFA는 28일(한국시간) ‘태극전사 도전 이끄는 상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장 완장을 찬 이상민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이상민은 U-17 대표팀의 사령탑 최진철(44) 감독과 ‘닮은꼴’이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붕대 투혼을 펼쳤던 최 감독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수비수의 계보를 이을 유망주다. 이상민은 조별리그 3경기에 연속 선발 출장하며 한국이 브라질, 기니, 잉글랜드 등 강팀을 상대로 ‘클린 시트’를 작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FIF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났던 3개 팀 모두 공격 성향이 강했던 팀”이라면서 “이들과의 경기에서 우리는 수비를 견고하게 한 뒤 공을 반대편으로 보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 보다시피 그것을 잘 해냈다”라며 조별리그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상민은 최 감독의 부드러운‘형님 리더십’까지 빼 닮았다. 1998년 1월1일생인 그는 공식적으로 팀의 맏형이다. ‘빠른 98년생’이라 같은 해에 태어난 동료들보다 한 살 위인 셈이다. ‘장유유서’의 법칙에 따라 어릴 적부터 형 또는 리더 역할을 맡는 일이 잦았다. 이상민은 “모두 같은 나이지만 학년으로는 1학년 위다. 그래서 14세 때부터 줄곧 주장 역할을 맡아왔다”면서 “이제는 (주장 역할에) 익숙하고 경험도 제법 쌓았다”고 밝혔다.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독려하는 것도 이상민의 몫이다. 팀의 에이스 이승우(17ㆍ바르셀로나B)를 칭찬하는 대목에서도 이상민은 이미 완숙한 리더다웠다. 그는 이승우에 대해 “공을 소유하는 능력이 뛰어나 수비수 2~3명으로부터 견제를 받는다”면서 “이승우 덕분에 다른 선수들이 숨을 돌리고 더 많은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는 우리가 더 잘 방어할 수 있도록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 역시 이상민에게 주장 역할을 맡긴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이상민은 늘 야심만만하고 동료들이 따를 수 있는 모범을 제시하는 선수다. 그를 깊이 신뢰하고 있다”며 전폭적인 믿음을 보냈다. 이어 최 감독은 “나 또한 현역시절 수비수였기 때문에 뒤에서 동료들을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이상민은 이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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