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에어비앤비 등 SNS로 숙소·여행객 구하기
해외선 공짜나 싼값에 잠자리… 현지인과 문화체험 매력적
불법영업과 탈세 논란, 범죄노출 위험 등은 숙제로
타국에서 온 낯선 여행객에게 방을 내준다. 집이 좁다면 주인 방을 내주기도 한다. 시간이 나면 가이드 역할도 한다. 보통은 저렴한 숙박료를 받는데 아예 공짜로 숙식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
개방적 문화를 공유하는 서양 젊은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2030세대 여행객들도 천편일률적인 숙박에서 벗어나 ‘에어비앤비(AirBnB-Air Bed and Breakfast)’나 ‘카우치서핑(Couch Surfing)’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신개념 숙박 문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사는 집의 남는 방을 여행객들에게 빌려주는 ‘숙박 공유 서비스’로 저렴한 요금을 받는 데 반해 카우치서핑은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190개국 3만4,000개 도시에서 6,000만명 이상의 게스트(여행객)가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의 경우, 현재 플랫폼에 등록된 방은 1만1,000개로 연평균 18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비용 부담 적고 여행하는 재미 느낀다”
2030세대들은 혹시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왜 낯선 여행객에게 방을 빌려주고 또 여행객이 돼서 생판 모르는 외국인의 집에서 잠을 청하는 걸까.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온 4년 차 ‘카우치서핑족’인 황수영(29ㆍ회사원)씨는 그 이유로 ‘여행하는 재미’를 꼽았다. 그의 집 소파를 거쳐간 외국인 여행객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주로 유럽에서 온 젊은이들로 20여명에 이른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황씨는 여행객을 집에 들일 때마다 “마치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설렌다”고 했다. 한국을 찾은 여행객들을 책임진다는 일종의‘책임의식’도 한 몫 했다. 황씨 역시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데 그때 받은 도움을 내 집에 머무는 게스트에게 돌려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9월에도 프랑스인 대표로 한 방송사가 주최한 ‘추석 특집 요리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서울을 찾은 엘리사씨와 3일 간 한 방을 썼다.
5차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회사원 한모(33)씨는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호텔에 비해 가격이 싼데다(평균 30~40%) 호스트와 마음이 잘 맞아서 동네 술집에서 맥주를 한 잔 하기도 했다”며 “현지인의 집에서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끼고 그들과 어울리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던 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개념 숙박공유서비스를 2030세대의‘자기문화’ 형성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성세대가 과거에 도시를 만들고 그 물리적 공간에서 공동사회를 만들었다면 2030세대는 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에어비앤비나 카우치서핑이라는 공동커뮤니티, 자기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범죄 위험성, 불법영업 논란… “넘어야 할 산도 많아”
그러나 신개념 숙박공유서비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여행 당시 카우치서핑으로 숙박을 해결했던 정모(24ㆍ취업준비생)씨는 “비용이 무료라는 것은 카우치서핑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취업준비생 신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공짜다 보니 호스트에게 방해가 될까봐 늦은 시간 귀가를 자제하는 등 자유를 만끽할 수 없는 한계도 있었다”고 밝혔다. 유럽여행 당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송모(34)씨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처럼 간판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낯선 도시에서 지번만 갖고 집을 찾는 데 애를 먹게 된다”며 “직장 생활을 하는 호스트가 24시간 대기하는 게 아니다 보니 호스트와 키를 주고 받는 시간이 맞지 않는 등 체크인이나 체크아웃에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호텔 등에 비해 성범죄나 도난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7월 스페인 마드리드로 여행 간 미국인 청년이 성전환자인 집주인 여성에게 감금돼 성폭행까지 당하는 일이 발생해 국제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불법영업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유료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우리나라 관광호텔(10만개ㆍ모텔 제외)의 10%까지 팽창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관련 규정 미비로 정식 등록이 안돼 과세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외국인 투숙객으로부터 숙박비를 받았는데도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30대 여성에게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산업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데도 정부가 적절한 규정을 마련하지도 않고 관련 서비스를 무법지대로 내몬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개인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연간 영업일을 90일로 제한하며, 90일 이상 영업할 경우에는 세금을 내도록 하는 관련 규정을 마련, 시행 중이다. 이연택 교수는 “에어비앤비 열풍에서 보듯 2030세대의 소비트렌드가 ‘공유경제’개념으로 바뀌어가는데 정부는 이 변화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제도, 대책 마련에도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