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 직전 임명 차차기 총장
2007년 11월 총장 임명 때 재판될듯
뒤바뀐 입장 된 박 대통령 선택 주목
예상대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이슈 블랙홀이 됐다. 나라는 국정화 지지ㆍ반대 세력으로 양분됐고, 다른 이슈는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쏟는 노동ㆍ교육ㆍ공공ㆍ금융 등 4개 분야 개혁 추진도 지지부진한 채 수면 아래로 잠겼다. 내년 총선 전에 주요 국정과제 추진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박 대통령의 조바심은 더 커졌다. 10ㆍ19 개각에 이어 후속 개각 인선 작업을 서두른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레임덕 방지란 공직사회 기강을 잡아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 친박 세력을 확장해 정치 주도권을 확보하고 정부에는 정권과 운명을 함께 할 인물들을 포진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으로선 절실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 차기 검찰총장 인사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28일 후보군을 추천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선택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김진태 총장 임기가 12월1일 끝나는 만큼 차기 총장은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 11월초에는 정해져야 한다. 차기 총장은 내년 총선에 이어 2017년 대통령 선거 21일 전까지 대선 관리도 맡아야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구ㆍ경북(TK) 출신 대세론이 우세하다. 이와 비례해 공정한 선거 관리가 되겠냐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후보들의 능력, 조직 내 신망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정치 일정 때마다 검찰이 보여준 행태에 비춰 우려를 기우로 치부할 순 없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은 차차기 총장 임명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차기 총장이 임기를 마치면 차차기 총장은 대통령 선거를 4,50일 앞둔 2017년 11월초 내정된다. 임기가 대선 20일 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막판 대선 관리도 해야 한다. 동시에 박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임기 대부분을 차기 대통령과 함께 한다. 이 때문에 대선 관리 임무가 20일에 불과해도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논란은 더 거셀 수 있다.
검찰총장은 사정 수사를 총지휘하는 파워맨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선도 대선이지만 퇴임 후 방패가 되어줄 사람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이 임명한 총장이 차기 정권에서 전 정권 세력에 칼을 겨누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임채진 검찰총장이 그런 경우다. 그러니 박 대통령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차차기 총장 인선 밑그림까지 그린다면 차기 총장 인선 구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년 뒤 이맘 때 검찰총장 임명 문제가 그려낼 정국 상황은 이미 경험한 바다. 2007년 10월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11월23일 임기가 끝나는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자를 임명하려 하자 “퇴임하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온당치 않다. 대선에서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총장 대행 체제를 거쳐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 후 임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2년 뒤 정치권의 공방도, 박 대통령의 선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총장 임기제 준수, 정당한 인사권 행사 등 논리도 같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인물을 선택하느냐이다.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임기가 정해진 주요 권력 포스트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현상은 심화하기 마련이다. 역대 정권이 그랬다. 그러나 퇴임 권력 주변에 보호벽을 치려는 그 의도가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신권력은 늘 구권력을 겨냥하기 마련이고, 그 선두에는 검찰이 서게 돼있다. 권력은 결코 나눌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은 고금의 사례가 증명한다. 그러니 차라리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으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검사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온 이를, 또 그렇게 살아갈 뚝심 있는 이를 검찰총장에 앉히는 게 최선이겠다. 하지만 그런 이가 있을까 싶을 만큼 회의적이다. 이래저래 박 대통령의 고민만 깊어지게 됐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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