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우증권 홍성국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대우증권 인수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26일 대우증권 인수방침을 선언하면서 KB금융지주, 미래에셋 등과 한판 승부를 가리게 됐다.
이들 금융사들은 업계 2위의 대우증권을 인수해 국내 최고 증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사장자리를 부활시켜 비금융부분을 전담할 김옥찬 사장을 임명했다. 미래에셋 측도 "우리가 인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에 앞서 내부정비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직원의 주가조작 비리가 적발되는가 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한 조직관리를 지적받는 등 어우선한 분위기다.
그렇다고 홍성국 사장도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내부정비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홍성국 사장은 박근혜 정부들어 금융계의 마피아로 떠오른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회 모임) 멤버로 선임 때부터 논란이 이어진 주인공이다.
■ 곪을대로 곪은 대우증권
대우증권은 그동안 수시로 직원들의 비리를 겪어왔다. 주식을 차명거래로 거래한 직원은 2011년, 2013년, 2014년 등에 걸쳐 수백명에 달한다. 2012년에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미신고 계좌로 투자한 직원, 2014년에는 불법으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계좌를 개설해준 직원이 적발됐다.
특히 최근 불거진 '블록딜 스캔들'은 그 죄질이 매우 무거운 사안에 속한다. 증권사 직원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이던 김모씨는 코스닥 대표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고 블록딜을 주선했다가 검찰수사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영문도 모르던 개인투자자들은 이 사건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
블록딜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간외 거래를 뜻한다. 주식의 대량 매매로 일어날 주가의 급등락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거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미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번 블록딜 스캔들도 주식 매수자가 고의적으로 대량의 주식 매각 사실을 숨겨 개미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 예견됐던 비리

대우증권은 이런 계속된 문제에도 내부 단속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대우증권에 3건의 개선사항을 지적했다. 의심스러운 거래 미보고 사유 작성 방식 개선' '고객확인업무 개선' '자금세탁방지업무 관련 내규 정비' 등이다. 금융위는 대우증권이 의심거래에 대해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지 않고 '특이사항 없음'으로만 작성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우증권은 또 M&A 자문 및 대량매매체결 중개업무 수행 시 거래 고객에 대해 계약자명, 주소 등을 뺀 별도의 고객확인을 하지 않았다. 이는 자금세탁의 빌미가 되는 위험한 사안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도 대우증권 내부 통제시스템의 허술한 면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대우증권은 전산 보안 처리 미흡으로 금융위로부터 3건의 제재와 직원 조치의뢰 1건을 받았다. 소홀한 전산자료 관리, 허술한 비밀번호 보안, 쉽게 노출된 거래정보 등 때문이다. 직원들의 비위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대우증권의 현 주소를 짐작케 하는 사례들이다.
■ '증권계의 미래학자' 홍성국 사장의 미래는?
대우증권 매각을 앞두고 주가조작 등이 적발되면서 홍성국 사장의 리더십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홍 사장은 지난해 12월 8개월의 임기를 남겨둔 상태로 중도 사퇴한 김기범 전 사장의 후임으로 사장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대우증권이 매각될 경우 자리를 유지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 사장은 84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대우증권맨'으로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때문에 그의 경영능력에는 항상 의문의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대우증권이 현재의 상태대로 매각된다면 새 둥지에서도 '말썽 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증권의 과감한 수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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