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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아이돌 산업은 ‘음악 산업’이 아니다

입력
2015.10.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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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오늘이 마지막 칼럼이다. 칼럼을 쓸 때마다 마지막일 경우에는 무엇을 쓸지 고민하곤 하는데, 이럴 때는 역시 이런 저런 디테일한 이야기보다는 이 코너에서 다룬 것들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아이돌을 음악 산업의 일부로 본다는 것이다. 맞는 말일 것이다. 적어도 1990년대 후반까지는 그랬을 것이다. 모든 가수들이 음반과 공연이 주 수익이던 시절, 아이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수익을 냈다.

그러나 지금 아이돌 산업은 음악 산업의 일부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오히려 아이돌 산업 중 일부가 음악 산업과 연결 돼 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이를테면 아이돌은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 예능,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또한 아이돌의 제작사들은 음반-음원-공연을 기반으로 하되 아이돌이 출연하는 드라마, 예능, 뮤지컬 등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굿즈에서 거두고 있다. 일부 업체는 굿즈를 제작하기 위한 디자인 부서까지 회사 내에 두고 있다. 또한 요즘 많은 회사들은 회사 내부에 비쥬얼 디렉터를 두고 티저 및 뮤직비디오 영상, 무대 의상 등을 기획하거나 제작한다. 지금 아이돌을 제작하는 회사는 음악도 만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점점 쇠퇴해왔다.

이래도 아이돌 산업이 음악산업일까? 지난 추석연휴에 방영됐던 2015 아이돌 체육대회. 이젠 명절 고정프로그램이 됐다.
이래도 아이돌 산업이 음악산업일까? 지난 추석연휴에 방영됐던 2015 아이돌 체육대회. 이젠 명절 고정프로그램이 됐다.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왼쪽 두번째)도 지난해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주연을 맡았다.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왼쪽 두번째)도 지난해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주연을 맡았다.

아이돌 산업은 실제 사람으로 이뤄진 일련의 캐릭터들이 팬에게 판타지를 제시하는 것이고, 판타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음악, 뮤직비디오, 패션 등을 통해 구현돼야 한다. 아이돌 산업이 근본적으로 보다 뚜렷한 취향을 가진 팬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자본과 인력을 동시에 집약시키는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지간한 회사도 같은 시즌에 보이-걸그룹을 각각 하나씩 정도 활동시키는 것이 한계다.

아이돌 산업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본 집약적이고, 기획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만큼, 한 번 성공했을 때 최대치의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거의 필수적이다. 소속 아이돌 그룹이 거의 모두 해외 공연이 가능한 SM엔터테인먼트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다른 회사들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지난 10~11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뉴와크에 위치한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그룹 빅뱅의 월드투어 'MADE' 무대. 총 2만 4,000 관객을 열광시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0~11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뉴와크에 위치한 프루덴셜 센터에서 열린 그룹 빅뱅의 월드투어 'MADE' 무대. 총 2만 4,000 관객을 열광시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아이돌 산업은 팬덤을 기반으로 하기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기도 하다. 팬덤이란 그만큼 특정 아이돌에 관한 열렬한 집단이고, 이들은 광범위한 대중과는 차별화 된다. 과거에는 대중의 엔터테인먼트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팬덤으로 구축할 수 있는 파이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TV채널만 100개가 넘어간다. 게다가 스마트폰에서는 온갖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과거 10대 여성에게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것은 거의 필수 사항이었지만, 지금은 선택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 산업은 기본적으로 팬층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되, 더 많은 팬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대중에게 알려지고, 대중을 자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H.O.T가 나오던 시절에는 아이돌이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고, 그 중 일부가 팬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노출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런다고 팬이 되지도 않는다. 반대로 팬들 위주의 활동을 하면 그 숫자가 소수에 머물 수도 있다. 지금 아이돌을 제작하는 회사의 관건은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고, 그만큼 팬덤 위주의 팀이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질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들을 종합할 때, 지금 아이돌 산업은 역동적인 변화의 시점에 있다. 다루는 분야, 시장의 국적, 시장 형성 방식 모두 과거와는 다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지금 아이돌 산업은 큰 시장을 가졌지만 팬을 중심으로, 거기에 대중을 좀 더 끌어들이고 있다. 이 흐름 안에서 자기만의 시장을 구축할 수 있는 회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강명석 '아이돌피디아' ▶ 시리즈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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