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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암컷 개와 자손이 6년 뒤 6만7,000마리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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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암컷 개와 자손이 6년 뒤 6만7,000마리가 된다면

입력
2015.10.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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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 책공장더불어 제공
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 책공장더불어 제공

“어미 고양이를 중성화 시키면 어떨까요?” “너무 가엽잖아요. 게다가 돈도 들고요.”

10여 년 전 나는 동물보호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전 처음 듣는 ‘중성화수술’이라는 단어에 발끈했다. 우리 집 개가 열 살도 넘은 노견이다 보니 수술에 대한 거부감, 갖고 태어난 신체 기관들이 각자 역할이 있고 상호작용을 할 텐데 장기를 강제로 제거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지 못한 걸 강요하는 게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부르르 떨던 나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중성화수술이 유기동물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일주일 전 구청의 동물문제 담당자에게 다급한 도움 요청이 왔다. 주민 센터에 들어온 새끼고양이 4마리의 입양처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주민 센터 직원들이 유기동물 보호소에 연락했더니 법정 보호 기간은 10일이지만 새끼들은 대부분 일찍 안락사 된다고 했단다. 보호소는 포화상태이고 돌볼 인력도 빤한데 손이 많이 가는 새끼를 돌볼 여력이 없을 것이다. 유기동물에 관한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 ‘개와 고양이와 인간과’에도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들이 보호소에 들어오자마자 안락사 되는 장면이 나온다. 3일 뒤 안락사 될 새끼를(일본의 유기동물 보호 기간은 대체로 3일이다) 누가 서너 시간마다 분유를 주며 돌보겠는가. 주민 센터 직원에게 들으니 새끼고양이들은 박스에 담겨 마을버스 종점에 버려져 있었단다. 집에서 태어난 새끼를 어쩌지 못하고 버린 것이다. 중성화되지 않은 개, 고양이는 반년마다 대여섯 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누구에게라도 벅찬 일이다.

늙은 개 뒤치다꺼리하기 싫다며 중년 여성이 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에 놓고 간 열 살이 넘은 포메라니언. 책공장 더불어 제공
늙은 개 뒤치다꺼리하기 싫다며 중년 여성이 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에 놓고 간 열 살이 넘은 포메라니언. 책공장 더불어 제공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안락사 되기까지 마지막 3일을 보내는 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보호소는 중성화되지 않은 반려동물에게 어떤 비극이 닥치는지 무섭게 보여주는 곳이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버려진 어미 개가 태어나지도 못한 뱃속의 새끼들과 안락사 되는 곳, 이른 봄 출산 시즌이 되면 갓 태어난 새끼들이 밀려들어오는 곳. 저자가 네 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보호소로 데려온 주부에게 묻는다.

“이 아이들 어떻게 된 건가요?”

“우리 집 고양이가 낳았는데 다 못 키우겠더라고요.”

“새로운 주인은 찾아보셨나요?”

“찾아보긴 했는데 없더라고요.”

“이 아이들 여기에 두고 가면 가스실에서 죽습니다. 괴로워하면서 죽어 갈 거예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요.”

“집에 있는 어미 고양이는 중성화를 시켜주시면 어떨까요?”

“네? 너무 가엽잖아요. 게다가 돈도 들고요. 전 좀 바빠서 이만.”

많은 사람들이 중성화수술을 피하는 이유와 그것이 불러오는 비극을 잘 보여주는 대화이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토비프로젝트는 암컷 개 한 마리와 그 자손을 중성화수술 시키지 않았을 때 6년 뒤에 자손이 무려 6만7,000 마리가 된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미국 동물단체들은 중성화수술 홍보 덕분에 1970년대에 1년에 2,000만 마리씩 보호소에서 안락사 되는 개, 고양이의 숫자가 2000년대에 400만 마리로 줄었다고 말한다.

물론 중성화수술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제대로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다만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전에 보호소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의 두려움과 고통, 슬픔을 먼저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버려진 어미 개가 태어나지도 못한 뱃속의 새끼들과 안락사 됐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임신했다는 이유로 버려진 어미 개가 태어나지도 못한 뱃속의 새끼들과 안락사 됐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결론으로 길게 썼던 글을 다 지웠다.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과 유기동물의 안락사에 대해서 짧게 논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만 이 책에 등장하는 보호소에 들어왔던 모든 아이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음을 기억해 주기를.

김보경 책공장 대표

참고한 책: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ㆍ고다마 사에 지음ㆍ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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