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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준양 변호사 비용 포스코 회사 돈으로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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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준양 변호사 비용 포스코 회사 돈으로 댄다

입력
2015.10.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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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인수로 회사에 피해 준

前회장에 고액 변호사 비용 지원

포스코 "내부 지침" 문제 없다지만

대법 판례 등 법인지출 안돼 논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포스코가 검찰 수사를 받는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원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막대한 회사자금으로 비리 경영진을 사실상 엄호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는 회사 내부 지침에 근거한 것이며, 사후 지원금 회수 동의서를 받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가 수임료를 지원하는 피의자는 정 전 회장과 전모(55) 현 포스코건설 전무 등이다. 법무법인 변호사들이 변호인으로 선임돼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배임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고, 전 전무는 정 전 회장 비리 수사의 ‘키 맨’으로 꼽힌다. 전 전무는 정 전 회장 재임시절 포스코 전략사업실장(상무)을 지내며 기업 인수합병(M&A)을 총괄했다. 검찰은 이들이 내부 검토절차까지 생략하면서 성진지오텍 등 부실기업들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인수, 회사에 수조원대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회사에 이 같은 손해를 끼친 이들을 위해 거액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 내부 지침에 따라 두 사람으로부터 (향후 정산과 관련한) 동의서를 제출 받아 법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회사 업무수행 관련 법률문제에 휘말린 전ㆍ현 임직원에 대해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일단 관련 비용 지원 ▦구속영장 청구 등 국가기관의 1차 유권 판단이 나오면 지원 중단 ▦이미 지급한 비용은 유죄 확정 등 최종결과에 따라 사후정산 등의 지침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봐선 합리적으로 여겨지지만, 변호사 비용을 회사와 개인 중 누가 부담하느냐의 현실적인 차이를 고려하면 문제가 그리 단순치 않다. 회삿돈을 쓰면 고액 변호사들의 총동원이 가능해져 사건 대응의 강도와 질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포스코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에도 이들이 일정 역할을 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7개월여 동안 정 전 회장 등에게 지원된 수임료는 수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포스코 측은 해당 비용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포스코처럼 회사의 1차적인 법률비용 지원 책임을 ‘명문화’한 기업들은 흔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 사내 변호사는 “회사업무라 해도 위법행위의 책임은 당사자에 있기 때문에 회삿돈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안별 특성에 맞춰 지원 여부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도 “법인의 대표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ㆍ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법인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게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대표자로서 법인을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등과 관련해서만 법인비용 지출이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다.

때문에 법률비용 지원은 포스코가 정 전 회장의 비리를 ‘정당한 직무수행’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관련자들은 사내에서 유명 로펌이 자신들의 법적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포스코 경영진이 정 전 회장의 과오를 정리하기는커녕, 그의 비리를 무마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부실ㆍ방만 경영으로 회사를 망친 데 대한 내부 직원들의 정서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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