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만나고 밤늦게 돌아오는데 문자 알림이 떴다. 확인했더니 말은 없고, 달랑 사진 한 장.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고 내 뒷모습이 그 앞에 서 있다.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골목을 터덜터덜 걸으며 기억을 돌이켜 본다. 어느 집 담벼락 옆, 감나무 잎새들 사이에 걸린 가로등이 고즈넉하다. 잠깐 시간이 멎는 듯한 기분이건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어렴풋이 재생되는 기억 하나. 1년 전쯤 C와 함께 대낮에 걸었던 서촌 어느 길. 어딘가 아팠으나 치유법을 모르던 때였다. 서로 별말은 없었다. 나무를 보며 넋 놓고 있는 사이 C가 프레임 속에 내 뒷모습을 담았던가 보다. 그랬다간 1년 만에 그때가 떠올라 사진 폴더를 뒤졌나 보다. 별 특징 없는 하루였건만, 새삼 돌이키니 그날의 하늘과 구름과 나무 이파리들도 돌연 선연해진다. 무슨 긴 울음이 지나간 것 같은 가을 초입이었다. 연이어 그 직전의 여름도 떠오른다. 허우적대고 말썽 많던 나날들. C가 보낸 사진은 딱히 나란 사람의 배면이 아니라 그때 그 난분분했던 시간의 때늦은 물증 같다. 사진에 찍힌 내 뒷모습은 풍경 속에 사람 형태로 떠 있는 말풍선이었을까. C는 거기 애잔한 침묵을 써서 1년 만에 보내줬다. 집 앞에 도착해 문득 뒤돌아본다. 누가 계속 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아무도 없었다. 감잎 사이 가로등이 유난히 밝고 노랬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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