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후변화 추세를 막지 못하면 중동 걸프 지역은 금세기 말쯤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으로 더워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제러미 팰 교수와 메사추세츠공대(MIT) 엘파티흐 엘타히르 교수는 탄소 배출이 현재 추세를 이어간다는 가정 하에 ‘습구온도’의 변화를 계산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습구온도는 온도계를 증류수에 적신 상태에서 측정하는 기온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구온도와는 다르다.
연구진은 탄소 배출에 큰 변화가 없다면 중동지역은 앞으로 평균 10년 혹은 20년마다 습구온도가 섭씨 35도 이상으로 올라가 금세기 말에는 사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기온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습구온도 섭씨 35도는 건구온도 섭씨 46도에 습도 50%가 더해진 수준이다.
팰 교수는 “사람은 스스로 땀을 내 건구온도 섭씨 37도 수준의 체온을 유지한다”며 “하지만 습구온도가 섭씨 35도에 달하면 건강한 사람도 스스로 열을 식히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고 건강한 사람도 에어컨 없이 견딜 경우 6시간이 채 안 돼 사망할 수 있다”며 “야외에서 주로 작업하는 건설업자나 농부 혹은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현재 이 지역에서 최악의 폭염으로 여겨지는 건구온도 35~46도가 수십년 후에는 흔한 여름철 기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극한의 혹서는 2070년 이후 시작될 수 있으며, 오늘날 최고 수위의 무더위가 그때는 매일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구는 그간 산유국이란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기후변화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중동 국가들에 경각심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매해 열리는 하지(이슬람 성지순례) 기간 동안 사우디로 몰려 들어가는 수백만 무슬림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클 것으로 예상돼 중동 국가들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엘타히르 교수는 연구 결과가 실린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를 통해 “이 연구를 통해 중동 국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보에 나서길 바란다”며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에 시급히 동참해야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