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일용직 눈에 띄게 증가
퇴직공제 가입자의 22%나 차지
"편의점 알바하는 것보다 낫다"
생활비 벌려다 아예 생업 삼기도
수도권 소재 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던 홍모(28)씨는 졸업장을 포기하고 3년 전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3개월간 취업준비를 하며 생활비를 벌 생각이었지만 여건이 나쁘지 않아 기간이 길어졌다. 홍씨는 “거친 일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막상 일해보니 동료들과 돈독한 유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건물이 지어질 때마다 성취감도 생겨 만족한다”고 말했다. 스무 살부터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29)씨도 “아무런 기술이나 경험이 없어 막노동을 하는‘잡부’로 일해도 하루에 8만원 넘게 벌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아르바이트 보다는 낫다”며 “용접 등 기술을 익히면 월 300만원 이상 벌 수 있어 대기업 취업준비를 하다 이 길로 들어선 대학생 친구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2014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신규 퇴직공제 가입자 현황에서 2010년 전체 13.7%(4만5,800여명)를 차지하던 20대 일용직 노동자는 지난해 21.9%(7만6,500여명)로 1.7배 가량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 60대는 각각 26.8%(8만9,600여명), 14.8%(4만9,600여명)에서 23.6%(8만2,200여명), 12.9%(4만5,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김지홍 건설근로자공제회 기획관리부 과장은 “20대는 생업으로 종사하는 사람보다는 취업 준비 등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생활비나 용돈을 벌기 위해 건설업에 발을 담근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20대 일용직 노동자 13만4,600여명 중 전문 기술이 없어 신입들이 주로 맡는 ‘보통 인부’의 비율이 37%(4만9,900여명)에 달했다.
건설 현장에 꾸준히 20대가 유입되는 것은 취업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집계한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7.9%다. 장형창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직실장은 “근무여건과 임금 수준이 좋은 건설현장은 대기업 사무직만큼은 아니더라도 젊은 층들의 일자리 대안이 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전문 기능인’으로 바라보고 해외 취업을 꿈꾸는 20대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비율도 증가세다. 전체 퇴직공제 가입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10년 5.7%(17만6,100여명)에서 지난해 7.9%(33만8,600여명)로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퇴직공제 가입 건설현장에서 일한 일용직 근로자는 모두 142만 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건설업을 생업으로 하는 근로자는 84만 명으로 추산된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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