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자의 가르침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곳곳에 공자학교를 세우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공자의 어록이 유교 사상이 낯설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해도 서양인들에게는 동양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어록이 전달하는 메시지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공자의 명언을 촌철살인의 멋진 문구로 번역을 잘 했다 해도 문화적 배경이나 시대가 다를 때는 그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옛날의 명언이 지금 시대에는 들어맞지 않는 경우를 보자. ‘멀리 사는 친구가 찾아오면 반갑지 않은가’(Isn’t it great when friends visit from afar?)의 뜻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를 보면 요즘 세상에는 찾아오는 방문객을 환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까지 통하는 명언도 있다. 공자(Confucian)가 공부의 방법에 대해 ‘I hear and I forget. I see and I remember. I do and I understand’라고 말한 것을 보면 곧바로 ‘들으면 잊고 보는 것은 기억하는 반면 행하면 이해를 하게 된다’는 뜻 임을 알 수 있다. 듣거나 보는 방식은 쉽게 잊지만 실천하고 한 번 써 보면 오래 기억한다는 비법 아닌 비법의 어록이다. 이를 줄여서 ‘I hear, I know. I see, I remember. I do, I understand’처럼 말하기도 한다.
동양의 사자성어나 멋진 격언을 영어로 옮길 때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자의 격언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을 번역한 ‘Real knowledge is to know the extent of one’s ignorance’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Know thyself’라는 소크라테스의 말보다 쉽사리 다가오지 않는다. 더불어 소크라테스는 ‘The only true wisdom is in knowing you know nothing’(진정한 지혜는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아무 것도 모를 수 있어도 이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공자가 남긴 격언 중 하나인 ‘군자가 말은 어눌해도 행동에는 민첩하다’를 ‘The superior man is modest in his speech, but excels in his actions’라고 번역하면 그 뜻을 곧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에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나 ‘Nothing on earth speaks clearer than consistent actions’ ‘Every act is a possibility’라고 말한다면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함’을 더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자의 사자성어가 익숙하다고 하여 이를 억지로 영어에 맞게 번역하다 보면 영어권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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