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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세련되게 부활한 김광석의 이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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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세련되게 부활한 김광석의 이별 노래

입력
2015.10.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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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성시경이 26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새로 만들어진 김광석의 미발표곡을 불렀다. 미완성 악보에 이지혜씨가 가사를 붙이고 작곡가 정재일이 편곡한 '그런걸까'라는 노래다. SK텔레콤 제공
가수 성시경이 26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새로 만들어진 김광석의 미발표곡을 불렀다. 미완성 악보에 이지혜씨가 가사를 붙이고 작곡가 정재일이 편곡한 '그런걸까'라는 노래다. SK텔레콤 제공

“이별이란 말 앞에 선 두 사람이 보고 있는, 다른 하늘 다른 추억 다른 표정 다른 공간~”. 가수 성시경이 노래한 김광석의 이별 노래는 ‘김광석 풍’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랬던 팬이 노랫말을 짓고, 체코까지 날아가 오케스트라를 입힌 후배 음악인들의 마음이 모두 김광석을 향했다. 26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신곡 ‘그런걸까’를 처음 부른 성시경은 “떨지 않으려고 했는데, 김광석 선배님의 곡이라…”며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가객’ 고 김광석(1964~1996)의 미완성곡이 이렇게 19년 만에 태어났다. 이날 처음 공개된 ‘그런걸까’는 서정적인 가사에 성시경의 부드러운 목소리,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얹혀 예쁜 수채화 같았다. 소탈하고 때론 투박한 김광석 특유의 곡 분위기완 사뭇 달랐다. 이를 두고 심현보와 정재일은 “추억보다 김광석의 재해석에 초점을 뒀다”고 입을 모았다. 심현보는 “김광석 선배가 뿌린 씨앗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과 목소리로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가사 없이 작곡 노트 한 장에 기타 코드와 음표만 적혀있던 곡이다. 김광석이 쓰다만 악보에 가사를 채운 건 일본 기술서적을 번역하는 이지혜(33)씨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준비가 안 됐을 때 헤어진 이별의 슬픔을 덤덤하게 가사에 담았다. SK텔레콤이 ‘연결의 힘’ 캠페인으로 지난 9월 진행한 김광석 미완성곡 가사 응모 프로젝트에서 1만 374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됐다. 응모사이트에 올려진 김광석의 미완성곡 피아노 연주를 듣고 이씨는 “쓸쓸한 거리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예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느낀 거리의 쓸쓸함과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순간”이란 경험을 토대로 노랫말을 썼다. 7년 전 일본 유학시절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위로 받았다”는 이씨는 “김광석의 멜로디에 내 가사가 실려 영광스럽다”며 기뻐했다. 가사 심사를 총괄한 작사가 겸 가수 심현보는 “이씨가 작사를 처음 해 봤다고 해서 놀랐다. 쓸쓸한 원곡의 분위기에 맞춰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이별의 찰나를 풍성하게 푼 표현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빈약한 멜로디에 살을 붙인 건 작곡가 정재일이다. ‘그런걸까’로 가사가 정해지자 그는 김광석의 악보를 들고 지난 10월 “사비를 털어” 체코로 떠났다. 그는 프라하필하모닉과 함께 편곡을 하고 오케스트라 녹음을 해 곡 후렴구에 긴장감을 줬다. “성시경의 목소리에 맞춰 곡의 드라마틱한 구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김광석의 절친한 동료였던 박학기의 추천으로 이 곡의 노래를 부른 성시경은 쇼케이스가 끝난 뒤 한국일보와 만나 “원곡이 자칫 심심하게 들릴까 감정의 점층을 고민했고, 처음엔 어떤 곡이 나올지 몰라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김광석 선배의 곡을 계기로 일반인과 음악인들이 함께 작업해 뜻 깊은 결과물을 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사를 쓴 이씨는 “이 노래가 유명해지고 많이 알려지진 않더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서 이별의 순간에 떠오르는 곡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런걸까’ 음원은 30일 공개된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가수 고 김광석이 남긴 미완성곡에 가사를 붙이게 된 이지혜씨. SK텔레콤 제공
가수 고 김광석이 남긴 미완성곡에 가사를 붙이게 된 이지혜씨. SK텔레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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