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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원은 하는데… 금융당국 대우조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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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원은 하는데… 금융당국 대우조선 딜레마

입력
2015.10.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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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노조 구조조정 동의로 4조원대 지원키로

3분기에도 조 단위 적자..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될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대 금융지원 방안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날 대우조선 노조가 채권단의 요구를 전격 수용함에 따라 ‘선 자구노력 후 지원’이라는 명분은 얻었지만, 막대한 자금 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이른바 ‘좀비기업’의 정리를 위해 은행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과도 배치되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지원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는 대로 지원 방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이 방안에는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등을 포함한 4조3,000억원 안팎의 지원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 회사일뿐더러 기술력을 요구하는 LNG선과 특수선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춘 회사”라며 “조선업이 10년 단위로 호황이 찾아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위기만 넘기면 지원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과 세계시장에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지원으로 대우조선이 완전히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은 이날 올 3분기에 1조2,171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2분기에 해양플랜트 공기 지연 등으로 3조여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 연속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4분기 실적 전망 역시 불투명해 올해 누적 적자가 5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당장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숨통은 트일 수 있지만, 업황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산은 노조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방식은 은행이 취해야 할 시장안전판의 구조조정 방식이 아닐뿐더러 큰 부실사태를 야기할 것”이라며 “위기일수록 원칙에 따른 과감한 정책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은행회관에서 10개 은행장들과 만나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연말까지 ‘옥석가리기’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도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융지원과 별개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수조원의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인 설득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선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한 해명도 없이 특정 기업만 살려주겠다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실사 결과를 투명히 공개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엄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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