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영화학과 학생들 재능 살려
어르신께 '행복한 영정' 찍어드리기
다음 달 전시회 열어 우수작 시상도
“할머니, 반가운 손주가 왔다고 생각하시고… 환하게 웃어보세요!”
2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센터 2층 대회의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카메라 앞에 앉은 노인들 앞에서 대학생 10여명이 온갖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청주대학교 영화학과 학생들이 재능기부로 펼치고 있는 ‘행복한 영정사진 찍어드리기’봉사 현장이다. 먼저 학생들은 어르신들의 굳은 얼굴을 펴드리는 일에 집중했다. 안면근육 이완 운동을 통해 최대한 자연스런 표정을 이끌어내려 애썼다. 연기를 전공한 학생들의 재롱과 애교에 노인들은 함박 웃음을 터뜨렸고, 학생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26,27일 이틀 동안 진행된 영정사진 촬영 행사에는 북이면 지역 70세 이상 노인 200여명이 참여했다. 두 손을 꼭 잡고 촬영장에 나온 장정환(82ㆍ선암2리)ㆍ이순달(84)부부는 “장례식 때 쓸 사진을 밝고 환한 분위기에서 찍으니 마음도 더 편한 것 같다”며 “어서 액자로 나온 영정사진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더 행복한 표정이었다. 김수현(영화감독전공3년)씨는 “활짝 웃는 표정의 영정이 고인에 대한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란 생각을 하니 기본이 좋고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청주대 영화학과는 2012년부터 노인들에게 행복한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드리는 봉사를 연례 행사로 벌이고 있다. 이번 봉사에는 청주동서로타리클럽과 청주대 사랑봉사단의 성금이 큰 보탬이 됐다. 북이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수암골영광이네, 수동 새한칼라 등의 후원도 있었다.
학생들은 촬영한 사진을 액자로 제작해 주인공들에게 증정한다. 또 작품들을 모아 영정사진 전시회도 연다.
이번에는 다음달 12, 13일 이틀 동안 북이면 주민센터에서 콘테스트 형식의 전시회를 갖고, 우수 작품에 대한 시상도 할 참이다.
이 학과 김경식 교수는 “영정사진의 패러다임을 밝게 바꿔보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느새 소외된 노인들과 대학생ㆍ지역봉사단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소중한 나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영정사진으로 맺은 노인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연말엔 사랑의 연탄나누기 봉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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