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루비오부터 밟아라."
한때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에서 '아웃사이더' 돌풍에 밀려 졸지에 군소 후보로 전락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진영이 급기야 경선 경쟁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지지 기반이 겹치는 루비오 의원부터 제친 뒤 비주류로서 현재 1, 2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을 따라잡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부시 선거캠프의 총괄책임자인 대니 디아즈는 26일(현지시간) 텍사스 휴스턴 호텔에서 열린 이틀 일정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150여 명의 이른 바 '큰 손'들을 상대로 '루비오=오바마' 구도를 부각시키며 지지를 호소했다.
디아즈는 총 45컷으로 구성된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현직 대통령과 확실하게 대조되는 무언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데 루비오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상원의원, 변호사, 대학 강사 등 경력이 비슷하고 입법활동과 관련한 업적도 두 사람 모두 거의 없다. 법안을 추진해 성과를 내는 데 큰 관심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비오 의원을 "공화당의 오바마"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루비오 의원이 플로리다 주(州)의회 의장 시절 그의 동료의원이었던 인사들이 부시 전 주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점을 거론하면서 "마르코(루비오)와 가까운 사람들이 젭(부시)을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부시 캠프가 루비오 의원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트럼프와 카슨 이전에 루비오 의원이 부시 전 주지사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시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5∼7% 정도로, 10% 안팎을 오가는 루비오 의원에게도 크게 뒤져 있는 상태다. 플로리다라는 지역 기반이 겹치는 상황에서 '루비오 변수'를 넘지 못하면 경선 승리는 더욱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특히 길고 긴 대선 레이스 도중 어느 시점이 되면 조직력이 약한 아웃사이더들의 '돌풍'이 약해지면서 결국은 주류 후보들이 다시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엄존하는 만큼 부시 전 주지사 입장에서는 루비오 의원을 반드시 꺾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애초 루비오, 부시 전 주지사와 함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당선 가능성이 큰 '주류 3인방'으로 꼽혔으나, 워커 주지사는 지지율 및 자금력 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부시 전 주지사 캠프의 '루비오 때리기'가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한때 '멘토와 멘티', '정치적 스승과 제자'였을 정도로 특수한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다.
루비오 의원은 2012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부시 전 지사가 2010년 상원의원 선거도전을 결심했다면 아무도 프라이머리에서 그에게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부시 전 지사를 향해 "플로리다 정계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미 정치 분석가들과 주요 언론은 '아름다운 동지' 관계가 대선 무대에서 '비정한 라이벌' 사이로 변했다고 지적하면서 두 사람의 승부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두 전직 대통령을 필두로 한 부시 가문 전체가 이번 비공개 선거자금 모금 행사 자리를 빌려 '젭 구하기'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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