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사람] 프로바이오틱스 기법 도입한 장성용 두지포크 대표
사람도 비싸서 잘 못 먹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를 매일 물처럼 먹고 자라는 돼지가 있다. 이 돼지들은 지금껏 구제역 한번 걸리지 않은 것은 물론, 생산비까지 절감시켜 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 프로바이오틱스 사육 기법을 도입해 적잖은 성과를 거둔 두지포크 얘기다. 이 회사 장성용(55) 대표는 “돼지의 설사병과 호흡기 질환은 모든 양돈 농가의 고민인데, 프로바이오틱스 사료를 먹인 돼지는 항생제 없이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잘 자라준다“며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건 물론”이라고 했다.
양돈 경력 30년으로 현재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 양돈 농가를 운영하는 장 대표는 양돈에 좋다는 갖은 기법을 동원해봤지만 돼지들이 살모넬라균에 감염돼 설사병을 앓다가 폐사하는 일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 2010년 프로바이오틱스 기법을 쓰기 시작하면서 두 달 만에 돼지들의 설사병이 완쾌되고 폐사도 없어졌다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구제역의 관계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만들어지는 생리 활성물질이 돼지의 면역력을 높이고, 그 결과 구제역도 막아준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축산학 학사, 경영학 석사 출신의 장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를 위해 최근 전북대에서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돼지 1만5,000여두를 기르는 장 대표는 한 달에 100톤씩 자체 생산하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액상 사료를 만든 뒤 돼지 한 마리당 하루 평균 6리터씩 마시게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기법을 쓰는 양돈 농가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사료의 질이 다른 농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장 대표 주장이다. “우유 단백질과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 천연소금 등 최고급 원료를 발효해 만들기 때문에 축사 진원은 물론 동네 사람들도 프로바이오틱스를 한 잔씩 마신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프로바이오틱스는 사료뿐 아니라 축사 청소에도 쓰인다. 다른 농가들은 보통 소독약을 사용해 축사 청소를 한다. “미생물로 축사를 소독하면 유익균이 축사 골고루 퍼져 유해균이 기를 펼 수가 없어요. 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소독약을 쓰지 않으니 식품 안전성에도 바람직하죠.“
돼지에게 비싼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려면 생산비가 많이 들지 않을까. 오히려 장 대표는 “생산비가 10~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돼지 폐사율이 낮아지고, 항생제나 소독제 구입 비용이 줄면서 전체적인 생산성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인 돼지는 일반 돼지와 비교해 수분 함량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고 맛있다. 이를 입증한 미국 연구기관 자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뿐 아니라 유통에도 남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장 대표는 회원들에게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1~2㎏씩 돼지고기를 보내는 회원제 판매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회원 수가 벌써 4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정성 들여 키운 돼지를 육가공 업체에 넘기기 보다는 진가를 아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더 보람이 크다”며 웃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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