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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에게도 존댓말… "우리학교 통학버스 운전사는 어린이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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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에게도 존댓말… "우리학교 통학버스 운전사는 어린이 수호천사"

입력
2015.10.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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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무사고 베테랑 운전사

매일 100km 이상 운행

항상 경어 사용·맞춤형 인사

"아이들이 행복하면 더 행복"

이재도씨(맨 왼쪽)가 하굣길에 어린이들을 차에 태우고 있다. 영주교육지원청 제공
이재도씨(맨 왼쪽)가 하굣길에 어린이들을 차에 태우고 있다. 영주교육지원청 제공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대책을 강화한 일명 세림이법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영주 평은초등 통학버스 운전사 이재도(53ㆍ지방운전직 7급)씨는 어린이들의 수호천사로 통한다. 45년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존댓말을 하는 등 학교와 지역사회에 모범이 되고 있다.

이씨가 근무 중인 학교는 유치원 10명을 더해도 전교생이 49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다. 이 중 35명이 이씨가 모는 통학버스로 등하교한다. 영주댐 건설로 인한 수몰지역이어서 여기저기 흩어진 15명의 학생들은 통학버스가 없으면 꼼짝 못한다. 나머지 20명은 영주시내에 살고 있어 오전 오후 3번씩 하루에 모두 6차례 운행한다.

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 30분 가량 차량점검을 마친 뒤 운행에 나서 매일 100㎞ 이상 달려야 한다.

고된 일이지만 이씨는 어린이들에게 찡그린 표정 한번 지은 적이 없다. 김진희(52) 교장은 “아이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쓰고, 승하차 때 운전석에서 내려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야 다시 핸들을 잡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아이들을 볼 때면 유치원 선생이 따로 없다. “오늘은 머리를 예쁘게 빗었네요”“오늘도 즐겁게 공부해요” 등 ‘맞춤형’ 인사를 건넨다. 정해진 승하차 장소에 제때 나오지 않는 어린이는 일일이 찾아서 차에 태운다.

윤수남(53)씨 등 학부모들은 “부모나 선생님 그 이상으로 훌륭한 분으로 우리 학교의 보배이자 수호천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학교라는 교육집단의 조력자이기에 학생들에게 경어를 쓰고 친절하게 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아이들이 행복하면 전 그보다 더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24년 무사고 운전원 직무를 수행하는 그는 세림이 법과 관련해 “어린이 안전운행에는 3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일러줬다. “어린이를 빨리 태우기 위해 경적을 울리거나 다그치지 않아야 하고 자리에 앉은 걸 확인한 뒤 출발하며 내릴 때는 출입문이 열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리게 해서 안전지대에 간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누구나 친절할 수 있지만 매일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안전운행과 친절을 실천하는 건 어렵다. 본받을 만하고 이런 분이 안전학교를 만드는데 중추적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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