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다. 멀찍이 낡은 건물 하나가 보이고 굴뚝에서 연기가 뿌옇게 오른다. 얼핏 화장장 같다. 서서히 다가가 굴뚝 속을 들여다본다. 캄캄하다. 불현듯 사람 얼굴 하나가 굴뚝 안에서 솟아오른다. 깜짝 놀라지만 무슨 악귀를 만난 기분은 아니다. 시커멓게 그을고 땀에 전 얼굴. 어떤 일에 혼자 몰두하다가 피골이 상접해 버린 자의 몰골. 피곤해 보이지만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있다. 내 마음도 짐짓 푸근하고 애잔해진다. 그러면서 잠에서 깬다. 그 얼굴과 무슨 대화라도 나눴는지, 잠의 끝엔 늘 알 수 없는 잠꼬대가 입에 붙어있다. 정신이 들어 다시 곱씹으려 하면 의미가 알쏭달쏭해지는 말. 무슨 충고 같기도 잠언 같기도 하지만, 문자 그대로 돌이키긴 힘들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 검은 얼굴은 많이 낯익지만 딱히 누구라고 짚긴 어렵다. 굴뚝 안에 뭐가 있는지, 거기서 뭘 하다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세상에 해가 되는 일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든다. 오히려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혼자 어둠 속에서 남몰래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꿈을 꾼 날은 내가 조금 작아지는 기분이고,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고요 속에서 혼자 완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동네를 둘러본다. 굴뚝이 많이 눈에 띄진 않는다. 대신 십자가가 많다. 꿈속의 얼굴이 언뜻 예수를 닮았던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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