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도교육청 '누리과정' 갈등 속
"보육료 인상하라" 사흘간 집단행동
전국에서 9800여곳 참여할 듯
전국의 민간 어린이집들이 정부의 보육료 예산 인상을 요구하며 28~30일 집단휴원에 들어간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28일부터 사흘간 연차휴가 동시 사용 등의 방식으로 집단 행동에 들어간다고 26일 밝혔다. 보육료 지원을 요구하는 어린이집의 집단 행동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진환 연합회 회장은 26일 “주관 부서인 복지부는 예산 문제라며 기획재정부에 이야기하라고 하고 기재부는 대통령 결정사항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열악한 보육 현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비상운영체제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는 전국 1만4,000여곳의 민간 어린이집이 가입해 있는데, 회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7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보육료 인상과 보육교사 근무여건 개선이다. 정부는 2012년 누리과정(3~5세) 보육료를 지난해 24만원, 올해 27만원, 내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013년 22만원으로 인상한 이후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누리과정 지원 예산 인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인천에서 민간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A씨는 “초임 교사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데, 최저임금이 8% 가량 올랐는데도 보육료는 오르지 않아 인건비를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은 고질화됐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올해 예산을 짜면서 누리과정 예산 2조2,20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일부를 목적예비비 명목으로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더 이상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며, 누리과정 보육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의무편성하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했다. 반면 재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전국시도교육청은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강원,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어린이집들이 집단 휴원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 실장은 “영유아를 위해 좋은 의도에서 도입한 제도인 만큼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면 보육료를 늘릴 것인지, 보육시간을 조정할 것인지 등을 큰 틀에서 다시 논의해서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합회는 영아반(0~2세) 보육료를 3% 인상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미흡하다며 1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3 표준보육비용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0세 대상 보육료(2015년ㆍ77만8,000원)는 6.7%, 1세 대상 보육료(53만7,000원)는 11.4%, 2세 대상 보육료(41만3,000원)은 16.8%가 인상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 소속 어린이집의 70% 정도인 인 9,800곳이 집단 행동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행히 ‘보육대란’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보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들은 부모가 아이를 맡기길 원할 경우 대체 교사를 투입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들은 집단행동에 앞서 맞벌이 가정 등 아이를 돌볼 어른이 없는 가정을 대상으로 희망보육신청서를 받고 있다.
복지부도 학부모의 동의 없이 휴원 등을 강행할 경우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휴원을 하는 곳이 있으면 지도ㆍ감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어긴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또는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이 가능하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