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제 늙은 모양이군”,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란 말인가.”
뉴욕타임스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돌풍에 밀려 군소 후보로 전락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부친인 조지 H.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대선 판도를 한탄하면서도, 둘째 아들의 재기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만 91세 고령으로 자필 서명도 힘든 상태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평소 즐기던 추리물 대신 밤 늦도록 정치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또 둘째 아들 인기가 급락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지인들에게는 “너무 늙은 탓인지 요즘 정치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하고 있다. 세계 2차대전에 참전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가 지난 7월 ‘월남전의 영웅’으로 통하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난하고도 정치적으로 멀쩡한 것에 대해 크게 놀라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그러나 선친(프레스콧 부시)이 63년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시작된 ‘부시 왕조’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부시 전 대통령이 부인 바바라 부시(90) 여사와 함께 아들에 대한 적극 지원에 나섰다고 전했다. 자신의 아들이 근본 없는 트럼프에 밀려 본선도 아닌 공화당 경선에서 탈락하는 걸 가문의 수치로 여긴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실제로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의 참모에게 전화를 걸어 판세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고, 25일과 26일에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건강을 돌보지 않고 장시간 참여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젭 부시’ 로고가 새겨진 보행기에 의지한 부인과 함께 프로야구 경기장에 나타나 아들에 대한 지지를 간접 호소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네가 할 일은 나가서 승리하는 것 뿐”이라고 격려하고 있다. 또 43대 대통령인 장남 조지 W. 부시에게는 차기 대통령 취임일이 언제인지 묻고 난 뒤, “반드시 취임식장에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때문일까. 젭 부시 전 지사도 최근 방만한 선거 조직의 군살을 빼는 한편 도전자의 자세로 현장부터 다시 뛰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서로 헐뜯고 이룬 것 없이 싸우기만 하는 선거라면 차라리 나설 생각이 없다”며 독설을 일삼는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나는 트럼프에 신경 쓰지 않는 선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