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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대학생들 화났다… 이유는 ‘등록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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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대학생들 화났다… 이유는 ‘등록금 인상’

입력
2015.10.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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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 지난 21일(현지 시간) 수백 명의 학생들이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의회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케이프타운=EPA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에서 지난 21일(현지 시간) 수백 명의 학생들이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의회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케이프타운=EPA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연일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인상은 가난한 흑인 학생들의 교육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아파라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이번 대학생들의 시위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남아공 내 인종 갈등과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겹치면서, 1976년의 남아공 학생봉기인 ‘소웨토 항쟁’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수도 요하네스버그의 위트워터스랜드 대학이 2016학년도 등록금을 10.5%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또 학년이 시작될 때 각각 1만 랜드(약 85만원)을 먼저 내도록 했다. 대학 측은 “정부 보조금이 줄었고, 교육비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크게 늘었고 남아공 통화(랜드)가 약세를 보여 연구장비, 책 등 수입 교육자재 구입비가 증가했다”라고 해명했다. 남아공 대학 교육비는 연 평균 10만 랜드(약 853만원)인데 비해, 실업률은 올해 2사분기 기준 25%에 달하고 평균 임금은 매우 낮아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학생들은 “흑인-백인간 교육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며 대학 캠퍼스 내 도로를 점거하고 출입문을 폐쇄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21일에는 남아공 내 대학평가 서열 최상위권인 케이프타운대, 스텔렌보쉬대, 로즈대 등을 포함 거의 모든 대학에서 수업거부 운동이 벌어졌다. 또 케이프 타운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의회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도 최루탄과 전기 충격기까지 동원하면서 날카로운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 23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일부 대학들은 수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제이콥 주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패를 중단하고, 대신 학생 지원을 확대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고 한 학생은 “우리가 울고 있는 동안 대통령은 어떻게 잠을 잘 수 있느냐”라고 외쳤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마 대통령은 23일 학생 대표 및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 대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일에는 백인 학생들이 시위에 나선 흑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 울타리’를 만들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날 이스트케이프 미들랜드 대학에서 흑인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대거 참가했고 경찰들도 진압을 위해 출동했다. 그런데 잠시 후 인근 로즈 대학에 다니는 백인 학생들이 흑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의 주변을 빙 둘러 인간 울타리를 만든 것이다. 이 사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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