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수업은 토요일 하루뿐이지만
방과후에도 학생들 사격 연습 도와
살림이 넉넉치 않아 기부받아 운영
"환경 열악하지만 열정만큼은 일등"
경남 거제 연초면에 위치한 거제시 사격장에는 ‘친구 따라 사격장에 왔다’는 학생들이 다수다. 고교생 사수 김태현군과 김민성(이상 16ㆍ경남산업고)군도 마찬가지다. 먼저 사격장에 발을 들인 태현군이 사격의 매력에 푹 빠졌고, 민성군에게 같이 사격을 배우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이른 오전부터 사격장에 모인 이들은 사대(射臺)에 나란히 서서 목표물을 겨냥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제 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주말이면 이곳 거제시 사격장에 모인다.
거제시 사격장에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지난 4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ㆍ교육부ㆍ국민생활체육회가 운영하는 ‘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다. 거제시 사격장에서 동호인들을 지도하던 이영옥(57) 거제시사격협회장 전무가 학생들의 강사로 발 벗고 나선 덕분이다. 공식 수업은 일주일에 토요일 하루뿐이지만 이 전무는 학생들이 방과후에도 찾아와 사격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평일에도 사격장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 전무는 “학생들에게 ‘저녁 먹었으면 사격장 나와서 총 쏴라’라고 단체 메시지를 보낸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 발 한 발 과녁을 맞출 때마다 학업 스트레스도 함께 날려버린다는 것이 이 곳을 찾는 이들의 설명이다. 태현군과 민성군 역시 매주 2~3시간씩 사격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운동량도 상당하다. 2시간을 꼼짝 않고 서서 과녁에 집중하다 보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다. 이 전무는 “사격이 정적인 운동이긴 하지만 지구력이 필수”라면서 “기본적인 체력이나 호흡 조절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기소총의 경우 총과 소총복을 합쳐서 무게가 10㎏이 넘는다. 무게를 견뎌내고 과녁에 총을 정확히 겨냥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태현군은 “컴퓨터로 사격 게임도 즐기는 편이지만 실제 사격 훈련은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민성군은 태현군과 달리 공기권총에 주력하고 있다. 민성군은 “축구, 야구에는 별로 취미가 없는데 사격이 나에게 맞는 것 같다”면서 “사격훈련이 영어, 수학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사실 민성군이 태현군처럼 공기소총 대신 소총복이 따로 필요 없는 공기권총을 잡게 된 것은 거제시 사격장의 남모를 설움도 있다. 거제시 사격장의 살림이 넉넉지 않아 소총복 등 개인 물품은 창원시 등 주변 도시의 기부를 받아 이용하고 있다. 기부 받은 물품 중 사이즈에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 전무는 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로 학생들이 마음 놓고 사격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국민생활체육회 지원으로 아이들에게 탄피나 표적지를 더 많이 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라면서 “환경은 열악하지만 사격에 대한 열정만큼은 전국 어느 사격장과 비교해도 일등을 할 자신이 있다”며 활짝 웃었다.
거제=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공동기획:국민생활체육회-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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