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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화이트데이', 이번엔 유료 벽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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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화이트데이', 이번엔 유료 벽 깰까

입력
2015.10.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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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급이 빨라지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무료게임을 통해 부흥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피처폰이 나오기 한참 전 128화음의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폴더폰을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은 소액결제로 이용해야 했다.

당시 모바일 게임은 2D 혹은 도트(Dot) 그래픽을 차용했음에도 게임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많은 이들이 2,000~5,000원에 달하는 요금을 지불하면서 1인칭 게임에 푹 빠지곤 했다.

이때 유행했던 프로야구, 낚시, 타이쿤 류의 게임은 시간이 지나 3D 그래픽의 고퀄리티 그래픽을 입고 재탄생할 만큼 좋은 IP로 남아있다. 그 사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축은 유료게임에서 인앱결제를 포함한 무료게임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졌다.

특히 역할수행게임(RPG)이 모바일 시장의 주를 이루면서 게임사들의 매출 비중은 인앱결제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골드·보석 등 게임 내 재화로 살 수 있는 아이템의 가지 수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갈수록 유료 모델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후 유료게임 시장은 무료게임에 서서히 잠식당하기 시작하더니 인디 개발사의 게임들로 가득 채워졌다. 외국계 업체인 일레트로닉아츠(EA)나 2K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소한 개발사들의 게임들이 유료게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 26일 기준 구글플레이 게임 순위표. 메이크 인사이트 제공

실제로 26일 현재 구글플레이 기준 최고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200위안에 랭크된 유료게임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유료게임 판매만으로는 기존 무료게임의 인앱결제 수익을 따라가기 힘든 실정이다.

유료게임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도 무료게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iOS를 기반으로 한 애플의 앱스토어의 경우 베스트 게임에 유료게임을 자주 추천하지만 이마저도 2~3개에 불과하다.

이른바 '현질(현금으로 지르는 일)'만 안 한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유저들이 유료게임을 구입하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게임에 대한 애착이나 접근성 부분에서도 예전만큼 몰입도가 깊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로이게임즈는 14년만에 모바일로 재탄생한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화이트데이)'를 8,800원이라는 유료게임으로 출시한다고 밝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 유료게임의 희생양, 화이트데이

PC게임 출시 후 국내 공포게임의 1인자로 불릴 만큼 유명세를 떨쳤던 화이트데이지만 속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가 컸다.

2001년 손노리가 출시한 화이트데이는 개발기간만 3년에 6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며 화제를 모았다. 패키지 게임으로는 대규모 스케일을 자랑했고, 게임의 완성도와 스토리 라인을 통해 다양한 마니아 층을 양산해 냈다.

▲ PC판 화이트데이 패키지 타이틀

마니아층 형성에는 당연히 정품 게임 유저들의 몫이 커야 하건만, 화이트데이는 그렇지 못했다. 발매 당일 크랙(정품 복제 실행파일)이 나와 공유 사이트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3,000장이 판매됐음에도 패치 다운로드 건수는 15만건에 육박했을 정도로 정품 사용 비율은 현저히 낮은 상태였다.

바야흐로 게임과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를 불법 배포하는 이른바 '와레즈 사이트'가 쏟아져 나오며 불법 복제는 빠르게 확산되기에 이른다. '돈 주고 게임을 살 수 없다'는 유저들의 인식이 뿌리를 내린 시점이다.

결국 화이트데이는 패키지 게임의 마지막 세대로 남았고, 시장 비중은 온라인게임으로 이동하기에 이른다. 때문에 14년만에 돌아오는 모바일 화이트데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불법 무료 앱으로 나올지 모르는 '화이트데이.apk'에 대한 걱정이 우선되고 있다.

■ 하이퀄리티-웰메이드, 유료시장 벽 넘을까

다시 2015년으로 돌아와 보자. 이원술 대표 체제의 손노리는 어느새 로이게임즈로 바뀌었으며, 화이트데이는 PC 패키지 게임에서 모바일 유료 게임으로 변화했다. T스토어 앱을 통해 선출시되는 화이트데이는 드디어 다음달 19일부터 모바일을 통해 유저들과 만난다.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 화이트데이에 대한 평가는 '역시'였다. 게임 내 삽입곡으로 유명한 황병기 선생의 '미궁'은 14년만에 다시 녹음됐고 당시 귀신 목소리와 캐릭터의 대사를 담당했던 성우들도 다시 합류해 원작 본연의 퀄리티를 충족시켰다. '미생' 윤태호 작가의 콘티 참여를 통해 완성된 7개의 멀티 엔딩 또한 강력한 경쟁력으로 떠올랐고, 새롭게 추가되는 귀신 14종 등이 화이트데이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 PC버전 화이트데이의 한소영 캐릭터(왼쪽)와 올해 출시될 모바일 버전의 한소영. 14년전보다 대폭 향상된 그래픽을 느낄 수 있다. 로이게임즈 제공

하지만 유료게임 시장으로의 진입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높다. 이미 14년전 PC 패키지 게임을 접했던 기존 유저들의 유입과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신규 유저풀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 셈. 유료시장의 반대 급부로 떠오르는 불법 복제 파일에 대한 해결책도 당연히 뒤따랐다.

로이게임즈도 이러한 우려와 고민의 지점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화이트데이는 호러와 어드벤처, 그리고 유료게임 등 시장의 비주류 요인으로 뭉쳐진 게임이라는 것. 대신 로이게임즈는 게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다.

오랜 기간을 거쳐 회자될 만큼 강력한 IP, 20배의 그래픽 향상과 20%의 시나리오 확장을 통해 구성한 게임성, 마니아층이 입소문을 낼 수 있는 MCN 환경 확대 등 로이게임즈가 갖는 자신감의 지점은 명확했다. 더불어 초기 투자비용 8,800원을 제외하면 추가 인앱결제가 없는 만큼 유료게임에 인색한 유저들의 인식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전명진 로이게임즈 사업총괄 이사는 "유료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찌보면 새로운 기회다. 11%만이 게임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불법 복제의 경우 최신식 보안 기술과 암호화를 적용할 예정이며 14년전과 달리 이제는 유저들이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불법 복제를 했으면) 이제는 사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고 농담을 건네는 그의 한 마디에서 유료게임 인식 변화를 통한 화이트데이의 흥행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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