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밀실 교과서’ 논란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국정화 정당성주장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교육부가 국정화 추진을 위해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운영 중인 사실이 단적인 예다.
교육부는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인력을 보강해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국정화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정식 절차를 밟아 충원하면 될 일이나, TF단장을 맡은 충북대 사무국장은 인사발령도 없이 근무지를 떠나 서울에 와있다. 나머지 20명 단원도 인사발령은커녕 파견이나 출장 명령도 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 주장대로 떳떳하고 정상적인 업무라면 이런 식의 편법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비공개 TF를 교육부 청사가 있는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 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에 설치된 역사교육지원팀을 보강하는 취지라면 그 부서가 위치한 세종시에 두는 게 상식적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며 해온 말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위증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으로 할지, 검정으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비공개 TF가 지난 5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정화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비선조직을 만들어 가동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또 새정치연합이 공개한 ‘TF 구성ㆍ운영 계획(안)’의 내용대로 청와대 일일점검 회의를 지원했다면,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감사에서 “국정화는 청와대 지침 없이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발언 역시 거짓말이 된다.
교과서 집필진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예고도 시비를 낳고 있다. 교육부는 “집필에 들어가기 전에 명단이 공개되면 신상 털기 식 공격이 예상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12일 행정예고를 하면서 “집필에서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과정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며 당당히 맞서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진행되는 상황은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군사작전 하듯 비밀조직을 운영하고, 집필진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해서까지 국정화를 강행하는 이유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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