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부상 100% 회복한 이승엽
"지난해 가을야구 부진 만회" 다짐
포스트시즌 기록 경신 중인 홍성흔
"후배들에 첫 우승 선물" 각오 다져
삼성 이승엽(39)과 두산 홍성흔(38)이 ‘가을의 전설’을 향해 달려간다.
둘은 26일부터 대구에서 막을 올린 한국시리즈 잔치에 나란히 섰다. 이승엽은 통산 6번째, 홍성흔은 7번째 밟는 무대다. 출전 횟수는 홍성흔이 앞서지만 우승 반지는 이승엽이 더 많다. 이승엽은 4개의 반지를 낀 반면 홍성흔은 1개뿐이다.
삼성과 두산을 대표하는 간판 타자인 이들은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본인들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양 팀 사령탑들이 두 베테랑을 믿고 쓰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승엽은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정규시즌 홈 최종전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 함께하지 못했다. 이 곳은 이승엽에게 추억이 많은 장소다.
첫 우승을 차지한 2002년 대구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9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이승엽은 극적인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렸고,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승엽의 3점 홈런은 역대 한국시리즈 명장면이 나올 때마다 회자된다.
그는 일본 진출 후 국내 복귀 첫 해였던 2012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48, 1홈런 7타점으로 처음 MVP에 오르며 가을 잔치 주역이 됐다. 가장 빼어난 활약(타율 0.375, 3홈런 7타점)을 펼쳤던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홍성흔이 뛰던 두산에 우승을 내줘 MVP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승엽으로선 14년 전 아픔을 되갚고, 최근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던 것을 올해 만회할 필요가 있다. 이승엽은 2013년 타율 0.148, 2014년 타율 0.095로 기를 펴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해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옆구리 부상은 처음 당해봐 걱정했는데 이젠 100% 회복했다”고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홍성흔은 현재 두산 선수들 중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있다. 올해 정규시즌 부진(타율 0.262, 7홈런 46타점)으로 1999년 데뷔 이후 가장 심한 마음고생을 했던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잇단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위안을 찾았다. 사상 첫 포스트시즌 100안타를 홈런으로 달성했고, SK 박진만(104경기)을 넘어 포스트시즌 최다 경기 출전 기록(25일 현재 107경기)을 경신 중이다.
홍성흔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주춤했지만 NC와의 플레이오프부터 중용을 받은 뒤 베테랑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날렸고, 팀을 위한 희생 번트도 곧잘 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홍성흔이 치고 나가면 벤치의 기운이 달라진다. ‘홍성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야구를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자세를 낮추면서 “경기에 나가지 못할 때도, 후배들이 내게 한 마디라도 더 해주고, 또 내가 하는 말에 반응한다. 후배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는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188로 주춤하며 준우승에 머문 것을 잊지 않고 후배들에게 첫 우승 반지를 안기기 위한 책임감으로 방망이를 곧추 세웠다.
대구=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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