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할아버지, 북측 아들 동욱(70)씨에게 코트·목도리 벗어줘
"코트 주고 싶어."
아흔여덟의 아버지는 감기에 걸렸는지 기침하는 아들에게 코트도, 목도리도 다 내줬다.
다행히도 아버지와 키가 비슷한 아들에게 검은색 코트는 꼭 맞았다.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이석주(98) 할아버지는 60여 년 만에 만난 아들 리동욱(70) 씨에게 따뜻한 옷을 주면서도 더 줄 것이 없는지 찾았다.
아들은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에 "아버지 130세까지 살아야지. 나는 100살까지 살게. 자식들이 봉양 잘하면 130세까지 충분히 살아"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 할아버지는 "말은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될지 모르겠다"면서도 아들과 다시 함께하고픈 마음에 "오래오래 살아야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욱 씨는 자신의 지금 모습을 아버지에게 남겨 드리고 싶어 남측의 여동생 경숙(57) 씨와 함께 아버지가 주신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최형진(95) 할아버지는 북측의 딸에게 주려고 메모지에 짧은 글을 쓰다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함경남도 양강도 해산이 고향인 최 할아버지는 1·4 후퇴 때 피난 내려오면서 어쩔 수 없이 딸과 헤어졌다.
당시 겨울이라 날씨가 너무 추워 어머니와 어린 아이들을 차마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최 할아버지는 옛날 생각에 '어머니한테 내가 왔다가 가구(가고), 또 미안하다고 꼭'이라고 쓰려다 '꼭'이라고 마무리하지 못하고 '꼬'라고만 쓴채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남측의 아들 동규(61) 씨는 아버지와 함께 우는 북녘의 누나 동선(66) 씨와 조카 전봉준(43) 씨에게 메모지를 잘 간직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지난 24일부터 2박3일 간 북측의 가족과 60여 년 만에 재회한 남측의 이산가족 90가족 254명은 이날 작별상봉을 끝으로 남측으로 내려오는 버스에 올라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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