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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입력
2015.10.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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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개그맨 동료 한 명이 내게 와서 이제부터 운동을 할테니 자신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 있는 얼굴로 말했다. 그 날 이후 운동을 하러 가면 그 곳에서 항상 그 친구를 볼 수 있었다. 한 달이 좀 넘었을까? 그 친구가 운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형, 난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왜 근육이 안나오지? 몸무게도 그대로야.” 난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일단 운동을 하면 작은 변화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냥 “계속 해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변할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생각해 보면 나보다 헬스클럽에 오래 있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몸짱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몸짱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점을 찾아주기 위해 그 친구가 운동하는 것을 관찰해 봤다. 무엇이 잘못 됐는지 그 원인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나 다를까 운동을 제대로 안하고 있었다. 먼저 자전거를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면서 설렁설렁 20분 정도 탄다. 그리고 나서 어슬렁 어슬렁 운동기구에 앉아 한 세트 운동을 하고 TV 앞으로 가 티비를 열심히 본다. 그러다 다른 운동기구를 잠깐 이용하고 다시 TV 보고, 그러다 또 자전거 위에 앉아 설렁설렁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내가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며 아주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다. 이마를 보면 땀 한 방울 흘러 내리지 않는다. 내가 물었다. “어디 몸 안 좋은데 있니? 다쳐서 재활 운동 하는거야?” 그 친구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먹는 건 조절하냐고 물었더니 운동을 오래 하니까 먹는 것은 평소대로 먹는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나의 정신 교육이 시작되었다. 운동을 해서 몸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운동이라고 부를 정도의 움직임은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보면서 자전거페달을 그런 식으로 천천히 돌려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 해봤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먹는 것도 평소와 같은데 무슨 변화를 기대한단 말인가? 운동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 이왕 운동하러 왔으면 열심히 해라. 스마트폰 동영상은 다른 곳에서 편하게 봐라. 땀 한 방울 안흘리면서 무슨 변화를 기대하느냐고 말이다.

“우리는 헬스보이, 헬스걸. 불가능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헬스보이, 헬스걸. 불가능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운동을 해도 변화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몸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멋진 몸매의 몸짱이 목표가 아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전거 페달을 지금보다는 더 빨리 돌려야 하고 지금보다는 더 빨리 걸어야 한다. 근력운동을 할 때도 지금보다 더 많은 횟수를 해야 하고 중간 중간 쉬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변할 수 있다. 운동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의미는 운동을 대충하라는 뜻이 아니다. 요즘 몸 좋은 사람들이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너도나도 몸짱이 되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좋은 일이다. 자기자신을 절제하고 인고의 과정을 거치면 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얕봐서는 안 된다.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딱 노력한 만큼만 보상해준다. 대충했는데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요행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몸이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면 그 사람은 우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지방이 늘었다면 십중팔구 평소보다 무언가를 더 먹었을 것이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확실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몸짱이 될 수는 없다. 절대 요행으로 몸을 만들 수도 없고 편법도 없으니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이왕 하는 거 시간낭비 하지 말고 제대로 하도록 하자.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올 것이다.

어느덧 ‘헬스보이 포에버’를 시작한 지도 6개월이 좀 넘었다. 오늘이 그 마지막 칼럼이다. 그동안 나의 글을 읽고 자극을 받아 운동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까지 마음만 있고 운동을 실천하지 못했다면 오늘부터 시작해보자.“우리는 헬스보이, 헬스걸. 불가능은 없다!”

개그맨

이승윤 '헬스보이 포에버' ▶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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