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리미렬씨 남측 시어머니에 "우리 행복해요"
'오대양호' 납북 정건목씨 떠나보내는 이복순씨도 눈물
"어머니, 어머니, 울지 말라요. 울지 말아요. 우리 행복해요. 울지 말라요."
26일 금강산호텔에서 2박3일 상봉행사의 마지막 일정인 작별상봉에 나선 북측 리미렬(70)씨는 남측의 시어머니 이금석(93)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봉장에서 말없이 눈물만 줄줄 쏟아내는 이금석 할머니의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던 것이다.
6·25전쟁 통에 헤어진 이금석 할머니의 북측 아들 한송일(74)씨도 곁을 지킨 채 애통해했다.
'오대양호' 납북 어부인 아들 정건목(64)씨와 기약없는 이별을 앞둔 이복순(88)씨 역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걱정돼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작별상봉장은 이렇듯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만남의 징표를 남기기 위해 곳곳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남측 배순옥(55)씨는 북측의 조카 배은희(32)씨에게 "고모가 선물 줄께. 우리는 많아"라며 금반지를 끼워주고 목걸이도 걸어주었다.
이때 지켜보던 순옥씨의 남측 오빠 상석(60)씨가 "만나게 해주세요. 서로 편지 주고받게 해주세요"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북측의 보장성원(행사 지원 요원)이 모여들어 "그만하시라"며 만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남측 이석주(98)씨는 기침을 하던 북측의 아들 리동욱(70)씨에게 검은색 코트를 벗어 입혀주었다. 두르고 있던 체크무늬 목도리도 아들에게 건넸다.
석주씨의 딸 이경숙(57)씨가 "오빠 옷 딱 맞는다. 소매만 조금 줄이면 되겠다"고 말하자 동욱씨는 "아버지, 잘 입겠수다"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남측 이선균(90)씨 가족은 북측 여동생 리영순(78)씨 등에게 손수건을 선물했다.
손수건을 펼치자 검은색 펜으로 쓴 짧은 편지가 나타났다.
"우리 가족 역사 잘 지켜줘서 고맙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석민. 이균. 선균. 10.2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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