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국민 유격수'로 불렸던 SK 박진만(38)이 20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SK는 26일 "박진만이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은퇴 결정을 하고 1군 수비코치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1996년 현대에 입단한 박진만은 데뷔 첫해부터 팀의 주전 유격수를 꿰차 1998, 2000, 2003, 2004년 등 4차례 현대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5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으로 삼성에 새 둥지를 튼 2005, 2006년 2차례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동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금메달) 등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국민 유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골든글러브는 총 5회 수상했다. 2010시즌 종료 후에는 고향 인천을 연고로 한 SK 유니폼을 입고 5년간 뛰었다.
올 시즌 전 2,000경기 출전을 목표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고 했던 그는 9월10일 대전 한화전에서 주루 플레이 중 무릎을 다쳐 십자 인대 부분 손상 진단을 받고 시즌 아웃 됐다. 7경기만 더 뛰면 유격수 최초, 역대 7명 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2,000경기 출전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끝내 뜻을 접고 지도자로 새 출발하기로 했다.
박진만은 20시즌 동안 1,993경기에 출전, 1,574안타 153홈런 781타점 94도루 타율 0.261를 기록했다. 그는 무릎 재활을 마치고 내년 1월 선수단에 합류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고민 많았다.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평소 선수로서 가치가 남아 있을 때 떠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그리고 팀에 좋은 후배 내야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은퇴를 결정했다."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을 텐데.
"아내와 상의를 많이 했다. 아내도 많이 아쉬워하더라.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격려해줬다. 주변에서도 은퇴에 대한 아쉬움 보다 코치로서의 새로운 길에 더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
-특히 2,000경기 출전에 대한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그렇다. 7경기를 남겨두고 부상을 당해 정말 아쉬웠다. 그러나 나보다 앞서서 은퇴한 선배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왜 아쉬운 상황이 없었겠나.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아쉬움에 미련을 두기 보다는 앞으로 내가 코치로서 해야 할 일에 더 매진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해 은퇴를 결정했다."
-은퇴와 동시에 1군 코치로 합류하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그 동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은퇴하게 되면 1년 동안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도자 생활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은퇴 결정과 함께 구단에서 코치직을 제안했다. 1군에서 후쿠하라 코치님께 배우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2년간 부상으로 팀에 큰 보탬이 못됐다. 선수단에 미안함을 갚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드니 더 하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고맙게도 아내가 또 한번 배려해줬다. 아내에게는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은지.
"무엇보다 능력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 항상 공부하는 코치로서 내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선수들에게 잘 전수해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과 스킨십 기회를 늘리고 소통을 자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 편한 형처럼 다가가겠지만 때로는 엄한 선배가 되는 것이 좋은 코치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 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동안 큰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내년에는 그라운드에서 코치로 인사 드리게 됐다. 수비력 좋은 팀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팬 분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7경기의 아쉬움은 코치로서 7번째 우승반지를 끼는 것으로 채우겠다. 팀이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항상 선수들 뒤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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