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단골 메뉴인 이민문제를 다시 쟁점화하고 나섰다. 이는 그간 압도적 지지율로 당내 1위 자리를 지켜오다 최근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에게 처음 역전을 허용한 뒤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 “카슨은 이민정책에 매우 약하다. 사면을 강하게 믿는 사람”이라면서 “불법 거주민에게도 시민권을 주자는 건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남쪽 국경에)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개혁 조치를 비판함과 동시에 공화당 후보인 카슨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공화당원들에게 심어주려는 네거티브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는 카슨과 함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이민문제에 대해 매우 허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특히 루비오 의원은 (초당적 이민개혁안을 마련했던) ‘8인 위원회’(Gang of Eight) 일원인데 그 일로 당내 지지율이 하락하자 최근 들어 갑자기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 특히 히스패닉계 이민을 적대시하는 그의 태도는 ‘당내 지지율 1위’을 이끈 원동력이다. 트럼프는 애초 지지율이 미미했으나, 지난 6월16일 대선 출마 선언한 뒤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으로 묘사하는 등 극우보수를 겨냥한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트럼프는 또 카슨은 대통령이 되기에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카슨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에너지가 충분히 넘치는 사람이지만 부드럽게 말할 뿐”이라면서 “나도 한때 성격이 매우 불 같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변했다. 내가 14살 때 누군가를 찌르려고 했다는 얘기를 많은 사람이 아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카슨은 특히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를 선언했다.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트럼프는 28일 CNBC 방송 주최로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도 이민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이후 줄곧 당내 대선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실시된 두 차례 아이오와 주(州) 여론조사에서 카슨에게 처음으로 연이어 역전을 허용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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