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 수사팀 의지와 달리
대검 수뇌부, 영장 기각 우려 신중
2년만에 또 구속 청와대도 부담
차기 검찰총장 레이스가 변수로
"후보 정해진 후 신병처리" 전망도
검찰이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이상득(80) 전 의원을 이달 5일 소환 조사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그의 신병처리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혐의 입증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통상적인 수사와 비교할 때 이런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검찰 주변에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 전 의원 혐의에 대해 범죄사실 확인은 물론, 적용법리 검토까지 마쳐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의 혐의는 2009~2010년 포스코의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중단 사태 해결의 대가로 측근들이 소유한 협력사 3곳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해 30억원의 수익을 얻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한다는 법리적인 부분의 결론도 내렸다. 뇌물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관련자 진술과 자료까지 확보돼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검찰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춰 버렸다. 무려 3주 동안 이 전 의원 신병처리에 대한 판단이 미뤄지자, 정치권으로 수사망이 넓어지며 다시 탄력을 받았던 포스코 수사도 또 다시 지지부진한 양상이 됐다. 이번 수사가 7개월째로 접어들던 지난달 초, “수사 장기화 우려를 유념해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했던 검찰 관계자의 언급도 무색해졌다.
신병처리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로는 일단 수사팀과 대검 수뇌부의 의견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사팀은 애초부터 영장 청구로 가닥을 잡았으나, 대검에선 ‘보강수사’ 또는 ‘불구속 기소’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이 고령이고 최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만에 하나라도 영장이 기각될 경우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대검 수뇌부를 고심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중함은 “혐의 입증은 다 됐다. 이 전 의원은 포스코를 사유화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 수사팀의 자신감과는 다소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이 전 의원의 기존 혐의가 아니라, 포스코 비리의 핵심과 직결된 새로운 혐의 수사를 대검이 요구한 게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도 존재한다.
‘수사 외적’인 요인이 검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견해들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의 사법처리 문제는 사실상 청와대의 의중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전 의원이 MB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7월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 9월 만기 출소했다는 점이다. 불과 2년 만에 그를 또 구속하기엔 청와대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서 아직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차기 검찰총장 레이스가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오는 12월 초 임기가 끝나는 김진태 총장의 후임으로 꼽히는 유력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 수사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 전 의원 처리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차기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검찰이 일부러 속도 조절에 나선 개연성이 있다는 말이다. 김 총장의 후임은 오는 28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의 3, 4명 후보 압축을 거쳐 늦어도 11월 2, 3일쯤에는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최근 기류를 보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정해진 다음에야, 이 전 의원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검찰의 한 간부는 “주요 사건의 수사 방향과 처리 방향은 결국 총장이 결심하고 승인하는 것”이라며 “지난주 해외 출타 중이던 김 총장이 이번 주부터 다시 출근하는 만큼, 주중에는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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