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친일파 이해승 후손의 300억원대 재산에 대해 국가귀속 처분을 취소한 2010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기한 만료 3일을 앞둔 26일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재심 의지를 밝히지 않아 재심 청구를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자(▶기사보기)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민사소송법상의 재심 청구 기한(5년)에 따라 이해승 후손 관련 대법원 판결의 재심 청구 기한은 오는 28일에 만료된다.
법무부는 25일 재심 청구에 법률적 한계가 있으나 재심 청구를 포함해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등 새로운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는 이 같은 방안을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적극 검토’라는 것은 (재심 기간인 28일 전에 재심 청구를) 한다는 뜻”이라며 재심 청구 방침이 사실상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법무부는 이해승 후손과 관련한 대법원 결정이 ‘증거가 된 문서의 위ㆍ변조 및 허위진술’ ‘주요 사항에 대한 판단 누락’ 등 재심청구 사유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재심 청구에 한계가 있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이에 광복회 등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은 “재심 청구기간 도과로 대법원 판결을 영영 되돌릴 수 업게 되면 정부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었다. 이들은 특히 법무부가 재심청구 만료를 겨우 3일 앞두고 ‘재심 적극 검토’ 입장으로 선회한 것을 놓고도 환수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의 경우 위헌 논란 속에 특별법까지 제정, 속전속결식 수사로 환수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심 청구 만료에 임박해서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여러 비판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무부 입장에서는 (법리 등) 연구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지 재심 청구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가 재심청구 이외에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 또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철승 광복회 고문변호사는 “친일재산 귀속법에 의한 이해승 자손의 재산귀속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인 이상 추가 소송을 낼 근거가 없다”며 “법무부 담당자들이 많은 연구를 했겠지만 어떻게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이해승의 후손에 승소 판결을 했다”며 “심리불속행의 경우 판단 누락을 이유로 재심을 개시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긴 하지만 변경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무부가 재심에 집중하는 것이 친일재산 환수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2007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비롯해 서울ㆍ 경기 일대 토지(환수 시가 320억원 상당)를 받은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고 결정,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에 이해승의 손자는 국가를 상대로 5건의 소송을 제기해 2건은 패소, 1건은 승소했으며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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