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2015 한국일보ㆍ테스트드라이브 카쇼’가 열린 인천 서구의 국내 최대 자동차매매단지 엠파크시티 랜드 주차장. 국내에 단 한대 밖에 없는 ‘뉴 비틀 RSi’와 최대출력 590마력을 자랑하는 2006년식 ‘포드 GT’ 같은 희귀 차량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의 1992년식 1세대 ‘그랜저’ 등 다양한 브랜드의 승용차와 대형 트레일러 등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관람객을 맞았다.
차주들은 모델명과 연식, 튜닝 내역 등을 적은 안내판을 차 앞 유리에 붙였다. 자신의 차를 소개하고, 관람객들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다. 포드 머스탱,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벤츠 스마트 등 같은 차종 동호회는 모델 별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전시차들을 한 곳에 정렬시켰다. 텅 비었던 주차장은 곧 150여 대의 전시차와 차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카쇼에 나온 차들은 모터쇼처럼 관람객의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관람객들은 전시차를 감상하며 차주에게 직접 성능이나 부품, 차에 얽힌 독특한 사연을 듣고 전문적인 차량 관리 비결까지 배울 수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나 비싼 수입차 외에 정성 들여 관리한 국산 경차나 준중형차들도 카쇼에서는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전시차 대부분은 차주가 일상에서 직접 몰고 다니는 현실 속의 차들이다.
젖먹이 아기를 등에 업고 기아자동차의 2001년식 ‘옵티마’를 출품한 회사원 강모(33)씨는 “3년 전 구입한 중고차인데 2.7ℓ 엔진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국내에서 유일한 옵티마”라며 “국산차의 ‘6기통 감성’이 좋아서 계속 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번째 참가한 강씨는 카쇼에서 돋보이기 위해 이틀 전 차량 전체를 새로 도색까지 했다.
곽승준(25)씨는 단종된 현대차 ‘투스카니 2.7 엘리사’를 대구에서 끌고 올라왔다. 그의 ‘애마’는 지난해 같은 회사 상사가 차를 바꾸며 넘긴 중고차다. 곽씨는 “어제 근무하고 밤새 달려와 새벽에 인천에 도착했다”며 “내려갈 길이 멀지만 차를 아끼는 사람들과 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나눌 수 있어 올해도 카쇼에 왔다”고 말했다.
카쇼는 남성만의 행사도 아니었다. 아들 손을 잡고 온 아버지부터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행사를 즐기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심지어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한 채 전시된 차량들도 제법 많았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카쇼를 시작한 권영주 팀 테스트드라이브 운영자는 “자동차에는 계급이 없다”며 “평범한 차라도 차주가 정성을 쏟아 더 가치 있는 차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카쇼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가 처음 공동주최한 올해 카쇼에서는 전시차 차주와 일반 관람객 등 2,000여 명이 가을 하늘 아래 개성 넘치는 차들의 향연을 즐겼다. 카쇼의 하이라이트인 ‘배기음 경연’에서는 우렁찬 배기음을 뽐낸 포드 GT가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은 표를 받아 1등을 차지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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