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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배우는 당사자로서 말 할 권리 있다" 청소년들 국정화 반대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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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배우는 당사자로서 말 할 권리 있다" 청소년들 국정화 반대 거리로

입력
2015.10.2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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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1인시윈, 온라인 토론 활발

"3.1운동, 4.19도 학생들이 시작"

“어른들 싸움에 왜 우리가 피해를 보나요?”

24일 오후 3시 교복 차림의 앳된 얼굴을 한 청소년 200여명이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1시간 가량 집회를 마친 후 저마다 직접 쓴 현수막과 피켓을 손에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을 하며 “국정교과서로 우리 역사를 배우게 될 당사자로서 정부의 국정화 시도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들의 ‘반(反) 국정 역사교과서’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달 10일 청소년 20여명으로 시작된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거리행동’의 참가자는 이날 두 자릿수를 훌쩍 뛰어 넘었다. 집회에 참석한 서울 영신여고 윤수진(17)양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헌법 122조의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 발표를 보고 관련 논문까지 찾아 읽었더니 문제점을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첨단 미디어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활발한 토론을 거쳐 의견을 모은 뒤 자발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거리집회 소식을 접했다는 중학생 조민영(15)양은 전북 군산에서 홀로 상경했다. 조양은 “나이가 어리면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져도 무조건 선동 당했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어 속상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용기 내서 발언 한 것을 대견해 했다”며 “31일에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거리행동을 조직하고 있는 ‘청소년행동’ 활동가 최서현(25)씨는 “1차 거리행동 이후 참여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반응이 많았다”며 “집단적인 의견 표출뿐 아니라 학생들이 1인 시위나 대자보 게시 등 스스로 결정해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인헌고 학생 25명은 19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8시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사회문제를 토론하는 동아리 학생 5명이 토론 주제를 정하다 집회를 제안했고 각 학급을 돌며 함께할 친구들을 모았다. 경찰서에 가서 집회신고를 한 것도 학생들의 몫이었다. 이 학교 2학년 양진영(17)양은 “학생들과 밀접한 이슈인데다 3ㆍ1운동과 4ㆍ19혁명도 고교생들이 먼저 시작했다고 배워 우리도 ‘말 할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청소년행동이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서명에 참여한 청소년은 2,900여명에 달한다.

한편 어른들의 국정화 찬반 움직임도 여전히 계속됐다. 이날 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청년학생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 소속 회원 500여명은 들은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건물 앞에 모여 ‘좌편향 국사 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25일 독립유공자협회,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등 독립운동가 후손모임 30여명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항일운동사 장례식’을 열고 “국정교과서는 친일 독재 교과서이며, 국정화 시도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독립 항일운동 역사에 죽음을 언도한 것”이라고 외쳤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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