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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도로공사가 청년창업 지원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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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도로공사가 청년창업 지원에 나선 이유

입력
2015.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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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고속도로 한 휴게소에서 ‘청년창업휴게소’ 매장을 운영하며 마트료시카(큰 인형 안에 작은 인형이 반복해서 들어가는 러시아의 민속 인형)를 판매하는 김모(36)씨는 최근 한 사업가로부터 제휴 제안을 받았다. 우연히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다 오씨가 파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보게 됐는데, 그것을 자기 가게에서도 팔 수 있게 해 달라는 제의였다. 김씨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팬시점 5곳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는 최근 한국도로공사(사장 김학송)가 고용 창출 사업으로 밀고 있는 청년창업휴게소가 나름의 결실을 거둔 사례다. 청년창업휴게소는 20~35세 청년에게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내 매장을 창업 공간으로 제공하는 사업인데, 접수된 사업 아이디어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골라, 그 청년 창업자에게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점포를 매우 낮은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셈이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하남 만남의 광장에 설치된 청년창업휴게소에서 청년 창업자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하남 만남의 광장에 설치된 청년창업휴게소에서 청년 창업자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도로공사가 이렇게 본연의 업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에 힘을 쏟는 이유가 있다. 도로공사는 올해 주요 경영목표를 ‘일자리 창출’로 잡고, 관련 업무에서 올해 일자리 1,000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실업 문제와 고용 창출 문제가 바야흐로 ‘시대적 화두’로까지 떠오른 현실에서, 국민 생활에 밀접한 주요 인프라를 담당하는 책임 있는 공기업으로서 도로공사도 그 사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학송 사장은 올해 초 임원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강조하며 “고속도로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서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도로공사는 청년창업휴게소 사업을 통해 현재 휴게소 69곳에 매장 107개를 창업 공간으로 제공 중이다. 공간 임대에 그치지 않고,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 주거나 금융기관의 창업 관련 대출을 알아 봐주며 홍보도 적극 지원하는 등 나름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청년들이 발상의 참신함과 패기를 무기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데 공사가 일종의 인큐베이팅(창업 초기 벤처기업에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라며 “올해에만 청년창업휴게소를 통해 3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년창업휴게소는 기존 휴게소 사업자의 판매 제품과 가능하면 겹치지 않는 아이템을 선정하는데, 퓨전 간식이나 공예품 등 기존 휴게소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창업도 도와주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내 먹거리ㆍ볼거리까지 풍성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청년 창업자 입장에서는 점포 자체가 사업이 되기도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기회를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통했던 사업 아이템이라면, 일반 매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밖에 청년들을 위해 이동 요식업 점포(푸드트럭)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휴게소 7곳에 푸드트럭을 설치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푸드트럭을 무상으로 제공 중이다.

도로공사는 청년 직접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 신입사원 공채 등을 통해 232명을 신규 채용했다. 청년 창업 지원 외에도, 또 다른 일자리 취약 계층인 고령층에게 맞춤형 일자리 제공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에만 55세 이상 사원 500여명을 뽑아, 도로공사 지역본부 및 지사의 환경 정비나 서비스 개선 업무를 맡기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 사장과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5~10%를 청년희망펀드에 내겠다는 약정을 맺으며, 청년 일자리 사업 지원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5년 7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 톨게이트 부근에 설치된 행복드림쉼터. 이 곳에는 화장실과 간이 매점 등이 들어섰고, 졸린 운전자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졸음 쉼터도 설치되어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2015년 7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 톨게이트 부근에 설치된 행복드림쉼터. 이 곳에는 화장실과 간이 매점 등이 들어섰고, 졸린 운전자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졸음 쉼터도 설치되어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일자리 창출 외에, 도로공사는 그 본연의 업무인 고객 서비스 분야에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휴게소 사이 구간이 길거나 차량이 정체되는 경우 이용자가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및 서해안고속도로 수도권 구간 등 9곳에 ‘행복드림쉼터’를 만들었다. 이 곳에는 화장실과 간이매점 등이 설치되어 있다. 졸린 운전자가 잠시 눈을 붙이고 갈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원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도심을 통과하는 터널이나 교량 구간이 많아 휴게시설 설치가 어려웠으나, 하이패스 이용률 상승에 따라 생긴 톨게이트 여유 차로나 주변 건물 녹지 등을 적극 활용해 행복드림쉼터를 설치했다.

고속도로 이용자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고 평가 받아온 ‘2만원대 보급형 하이패스 단말기’ 공급 사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도로공사가 하이패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보급형 단말기 사업의 효과로, 사업 시작 전인 지난해 8월 60% 수준이었던 하이패스 이용률이 올해 7월 65.9%로 크게 올랐다. 특히 출퇴근 차량이 많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경우 72.7%까지 이용률이 상승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과의 100가지 약속으로 제시한 ‘국민행복 100약(約)’에 이어 올해는 대형화물차 하이패스 허용 등 ‘국민행복 신100약’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안전하고 쾌적한 고속도로를 만들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켜 가겠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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