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까지 강우량 평균치의 40%
인천시, 식수 운반비 예산의 6배 써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남쪽으로 6㎞ 떨어진 소연평도 주민들은 요즘 이틀에 두시간 동안만 공급되는 관정(지하수)에서 퍼올린 물을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식수가 없어 뭍에서 실려오는 페트병 수돗물을 마신지는 벌써 1년 가까이 됐다.
120여명이 살고 있는 소연평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육지에서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오랜 가뭄에 섬의 지하수, 계곡물이 모두 말라버려 생활용수는커녕 식수조차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하루 30여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관정을 개발, 생활용수까지 육지에서 길어왔던 지난 봄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주민들의 피로도는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봄꽃게철이었던 5, 6월 꽃게잡이 어선이 일주일에 2, 3차례 육지에 들렸다 싣고 오는 생활용수에 기대 살았다.
이성봉(55) 소연평리 이장은 “관정을 석달 전에 1개, 두달 전에 1개 등 2개를 파서 사용하고 있지만 밀린 빨래를 한날이면 샤워를 못할 정도로 물이 부족한 상황이라 최대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먹는 물은 작년부터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보내는 주는 생수(페트병 수돗물)에 의존하고 있는데 당장 (물 부족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소연평도뿐 아니라 다른 서해 섬들도 목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옹진군 올 9월까지 강우량은 연평도 334㎜, 소청도 365㎜, 자월도 349㎜ 등으로 최근 4년 같은 기간 평균치의 약 4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강우량이 앞선 5년 평균치(1,411㎜)의 절반에도 못 미친 605㎜를 기록했던 강화도는 올 9월까지 강우량이 424.9mm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 강화도의 3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9.7%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평, 대청 등 5개 면에선 최근까지 제한 급수가 이뤄져 3,300여명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올 9월까지 가뭄에 시달리는 섬에 페트병 수돗물인 ‘미추홀참물’ 1.8ℓ 들이 22만5,600병을 연평, 소청 등 17개 섬에 지원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당초 예상한 올해 지원 예상 물량 3만병의 7배를 넘는다.
문제는 운반비다. 미추홀참물은 연간 400만병 가까이 생산되기 때문에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으나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운반비가 비싼 편이다. 운반비 예산은 올해 1,000만원이 책정됐지만 지원양이 늘면서 9월 말까지 벌써 5,882만원이 쓰였다.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수돗물 원수 정수에 들어간 정수약품 비용이 예상보다 7억원이 더 소요됐다. 한강 수계 팔당과 풍납 취수장에서 끌어오는 수돗물 원수는 7월 한때 지오스민 농도가 최대 1ℓ당 100ng(나노그램)까지 치솟는 등 가뭄으로 인한 수질 악화가 두드러졌다. 지오스민은 조류가 증식할 때 분비하는 물질로 냄새를 유발한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가뭄에 대비해 소연평도와 소청도에 각각 100톤과 150톤 규모의 친환경 해수담수화 설비를 도입할 것”이라며 “연간 46억원을 들여 관정 개발과 급수관로 개보수 등도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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