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최고령 98세 구상연씨
개별상봉때 준비한 꽃신 신겨
신혼 2년 만에 생이별한 부부
"사진이라도 찍어놓고 가지" 흐느껴
北 어선단속정 한때 NLL 침범
남측 경고사격받고 북상… 北 반발
24일부터 시작된 남북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도 눈물의 사연이 쏟아졌다. 남측의 98세 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딸들에게 65년 전 꽃신 선물 약속을 지켰고, 65년 만에 재회한 부부는 애틋함 가득한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상봉행사 와중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해군이 북한 어선단속정에 경고 사격을 가하고 북측이 반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이 행여 상봉 행사장으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다행히 북측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봉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
2차 남북 이산 상봉단 이틀째 눈물의 만남
20~22일 진행된 1차 상봉에 이어 24일 금강산에서 시작된 2차 상봉행사에서도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짧은 상봉 시간을 아쉬워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측 최고령 상봉자 중 한 명인 구상연(98) 할아버지는 65년 만에 두 딸과의 약속을 지켰다. 1950년 9월 황해도 월장에서 인민군에 징집되면서 6세, 3세이던 두 딸 송옥(71) 선옥(68)씨와 헤어졌던 구 할아버지는 꽃신을 선물로 준비했다. 65년 전 헤어질 때 두 딸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25일 개별상봉 때 구 할아버지는 어느덧 할머니가 돼 버린 두 딸에게 꽃신을 신겨줄 수 있었다. 아들 형서(42)씨는 “첫날 상봉 때는 조금 (서먹하고) 어려웠는데 두 번째 상봉 때는 누님들도 (우리를) 잘 챙겨주시고 화기애애할 정도로 좋았다”라고 전했다.
신혼 2년 만에 헤어졌던 남쪽 남편 전규명(86) 할아버지와 북쪽 아내 한음전(87) 할머니의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황해 개풍에서 헤어진 지 석 달 만에 태어난 북쪽 아들 완석(65)씨를 남편에게 알려주던 아내 한씨는 “사진 하나라도 찍어놓고 가지. 아들한테 아버지라고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었어”라고 흐느끼며 원망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남쪽의 김월순(93) 할머니는 북녘 큰아들 주재운(72)씨를 잘 알아보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남쪽의 둘째 아들 재희(71)씨는 “개별상봉 때 정신이 잠깐 돌아와 ‘왜 여태 나를 안 찾아왔느냐’하며 울었다 바로 ‘누구냐’고 하시더라”며 “형님도 ‘마음이 아프다. 어머니라고 한 번 불러보고 싶었다’고 얘기하셨다”라고 전했다.
24일 NLL 침범 北 선박에 경고사격 5발
금강산에서 눈물의 상봉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해상에서는 군사적 긴장 상황이 벌어져 상봉장 주변은 물론 상봉행사를 지켜보던 이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단속정은 24일 오후 3시30분쯤 서해 연평도 동북쪽에서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NLL을 700여m 침범했다. 당시 초계활동 중이던 해군 고속정이 즉각 출동, 경고방송을 한 뒤 40mm 기관포 5발로 경고사격을 가했다. 북한 단속정은 침범 7, 8분 만에 북한 해상으로 북상했다. 군 관계자는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을 퇴각시키는 과정에서 추가 도발이나 교전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그러나 24일 발생한 NLL 경고사격 건을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하루 뒤인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문답 형식의 발표를 통해 “(남측 군부의) 고의적인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며 사안이 공개됐다. 북측은 다만 군부 대신 조평통을 내세웠고, 이산가족 행사는 언급을 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이산상봉 후 남북 당국자회담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측이 기선 제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금강산=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