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무엇보다 소중했던 물건도 시간이 지나 새 기기가 등장하면 구닥다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한적한 언덕길에 버려진 오래된 텔레비전 하나, 볼록한 곡선 화면 뒤의 브라운관이 모두 땅에 묻힌 것으로 보아 시간이 꽤 지난 듯하다. 제품 명을 찾아 보니 1986년 금성사가 제작한 샛별(GoldStar) 텔레비전이다. TV 하나에 온 가족과 이웃이 둘러앉아 추억을 공유하던 때가 있었다. 더 이상 쓸모 없어진 텔레비전과 함께 별처럼 아슴푸레한 기억도 팽개친 것 같은 쓸쓸함이 묻어난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이별할 때의 자세가 더 중요한 법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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