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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문 ③] '그림자' 못 지운 삼성의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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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문 ③] '그림자' 못 지운 삼성의 미디어데이

입력
2015.10.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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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이름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류중일(52) 삼성 감독은 25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재치가 넘치던 달변가의 모습도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삼성은 최근 팀 내 주축 투수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후 첫 공식석상에 나선 류중일 감독은 이번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짧은 답변만 내놨다.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의 정확한 명단을 밝혀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이름은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미디어데이가 끝나고 2시간 안에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발표돼 사실상 명단이 공개되지만 직접 발표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 류 감독은 그 이유를 밝혀달라고 묻자 "곤란한 질문이다"며 불편해 하면서 "몇몇 선수가 빠져 있어 (전력이 달라진 만큼) 7차전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도박 스캔들'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핵심 투수들이 빠져나간 만큼 팀 전력을 대해 논하는 자리에서 이들의 공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류 감독은 "우리 선수 몇 명이 빠져 있다"며 "투수들 중에 차우찬과 심창민의 활용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투수와 관련된 질문에도 "마무리는 더블 스토퍼 체제로 가야 할 것 같다. 차우찬과 심창민을 마무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마무리 투수' 공백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삼성 주장 박석민은 팀 분위기에 대해 "세 선수가 빠졌지만 분위기는 좋다. 주장이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만났을 때와 달라진 점'에 대한 답을 하다 "우리 팀은 2013년에 비해 타격은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한 뒤 "투수는…"이라는 말을 꺼내놓고 당황한 듯 쉽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박석민이 진땀을 흘리며 "투수도 좋아진 것 같다"며 어렵게 말을 맺자 류중일 감독은 "석민아, 대답을 끝까지 해야지"라며 웃음으로 분위기를 수습했다. 이어 "순간적으로 석민이가 투수에 대해 말하기 곤란했을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우승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를 털어 내야만 한다. 주축 투수들이 이탈해 마운드가 헐거워진 만큼 남은 선수들의 책임감은 더 커졌다. 박석민은 "선발도 그렇지만 중간도…"라며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줘야 편하게 갈 수 있다. 그래야 뒤에 나오는 투수들도 부담 없이 할 것이다. 1, 2차전을 잘하면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로 몇몇 선수가 한국시리즈에서 못 뛰게 돼 팬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 그 보답으로 통합 5연패를 꼭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

사진=류중일 삼성 감독. 대구=임민환기자

대구=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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