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5남북 고위급합의 첫 결실인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6일 오전 2회차 상봉의 작별상봉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60여년 간 꿈에 그리던 피붙이와의 감격적 만남도 잠시, 이산가족들은 또 만날 기약 없이 헤어지며 눈물을 쏟았다.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도 그렇지만 살아서 다시 만나자는 말 대신 “지하에서 만나자”는 작별인사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2박3일의 짧은 시간이라도 헤어졌던 혈육의 얼굴을 본 이산가족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도 수만 명의 이산가족들이 바늘구멍 같은 상봉기회를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 이산가족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80세 이상이 절반을 넘었고 90세 이상이 7,8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1988년 이후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3만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숨졌다.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책마련을 한 시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해법은 정부가 계속 주장해온 대로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거쳐 서신교환과 상봉 정례화, 나아가 상호 고향방문 등을 서두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 수준에서는 제한된 규모의 상봉횟수 늘리기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단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번 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여러 우려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조만간 남북적십자회담 본회담을 열어 상봉정례화 문제 등을 논의하고, 8ㆍ25합의의 또 다른 사항인 남북 당국자회담 개최와 남북 민간교류 확대로 이어가야 한다.
물론 동북아에서의 미ㆍ중 대결 구도 심화,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움직임 등 주변 여건이 쉽지 않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도 남북대화 진전의 장애요인이다. 북한이 노동당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예고했다가 실행에 옮기지 않은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 재개 등도 여전한 변수다. 그럴수록 정부가 남북관계의 주도적 관리를 통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최근 북측이 남북 관계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재개, 5ㆍ24조치 전향적 검토 등으로 호응하면 보다 진전된 남북관계의 국면을 열어갈 수 있다고 본다.
남북간에 조성된 일련의 대화 분위기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북측도 더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 1차상봉을 위한 금강산 입경과정에서 우리 취재기자들의 노트북 컴퓨터를 전수 검색한 것이나 상봉 행사 중 북측 일부 가족의 과도한 체제선전 발언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서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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