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찾아 서명운동 동참 호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여권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전을 이어갔다.
문 대표는 이날 대구의 중심지인 동성로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대구와 부산 영남지역에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해주시면 정부가 그 여론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며 “대구 시민 여러분들께서 서명에 많이 참여해주신다면 (국정화를)막을 수 있다 확신한다”고 영남의 지지를 호소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문 대표가 여전히 찬성 여론이 우세한 영남의 중심지를 찾은 것은 국정화 이슈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의 갑작스런 등장에 대구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발길을 멈추고 삼삼오오 서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최창현 대구장애인차별감시연대 대표가 첫 번째 서명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어 수십 명의 시민들이 문 대표에게 서명을 하겠다며 줄을 길게 늘어서, 평소에도 혼잡한 동성로 광장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기도 했다.
문 대표는 “앞으로 영남지역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 등 반대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겠다”며 성원에 화답했다. 문 대표가 떠난 뒤 서명에 동참하는 대구시민들의 발길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20대와 30대 젊은 세대의 참여는 꾸준히 이어졌다. 이날 서명한 대학생 유인아(21)씨는 “대구에서도 또래들은 대부분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며 “부모님은 덮어놓고 정부가 한다니까 찬성하는데 국정화의 근거로 정부가 내세우는 것들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표는 대구지역 역사학자들과의 국정교과서 간담회에서 전날 청와대 회동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를 향해 “그분들은 자기들만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고 자기들만이 옳다, 다른 사람은 전부 반역자ㆍ비애국자라고 인식한다”며 “이렇게‘애국을 우리만 하고 있다, 나만 한다’는 사고가 바로 독재다. 거기에 광기까지 더해지면 그게 파시즘이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또 새정치연합이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정부ㆍ여당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역사체험관을 서울역 광장에 설치하고 전국 순회 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구=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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