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을 사진 찍다
제임스 R. 라이언 지음ㆍ이광수 옮김
그린비 발행ㆍ448쪽ㆍ2만3,000원
1839년 사진이 발명되고 대중화될 즈음 데이비드 리빙스턴을 비롯한 영국 탐험가들은 사진기를 들고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사진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기에, 현지에 가보지 않아도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탐험가, 학자, 무역상, 군인, 사냥꾼이 카메라를 들고 전인미답의 땅으로 나섰다.
하지만 사진은 결코 중립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이 시기 사진을 분석한 영국 지리학자 제임스 라이언은 사진이 끝없이 확장하는 대영제국의 영광을 증명하는 도구였다고 말한다.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방대한 영토를 문명화하는 위대한 제국을 인식시키기 위해 사진을 적극 활용했다. 1902년부터 1911년까지 활동한 ‘식민성(省) 시각교육위원회’는 인도, 아프리카,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곳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것을 하나의 슬라이드로 묶어 영국 전역에서 교육용으로 썼다.
사냥꾼이자 동물학자였던 프레데릭 셀루스(1851~1917)의 슬라이드 한 장은 영국인의 당대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905년 아프리카에 지어진 빅토리아 폭포 위 철교는 웅대한 자연을 개척한 영국의 힘을 상징했다. 셀루스는 이 사진에 영국 런던의 성 바울 성당을 합성했다. 아프리카의 대자연 위에 대영제국 수도의 상징적 건물을 배치함으로써 런던이 세계의 중심임을 자찬한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인식을 ‘심상의 지리학’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심상의 지리학이란 실존하는 대상을 마음 속에서 조직된 가상의 관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진을 보는 영국인들은 심상의 지리학이 작동하면서 식민지를 개발의 대상으로, 원주민을 교육의 대상으로 자연스레 인식하게 됐다.
식민지배를 비판하고 고발한 사진도 존재한다. 존과 앨리스 해리스 부부는 1898년부터 1905년까지 콩고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착취당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사진을 찍었다. 고무농장 감시자들에 의해 잘려나간 친척의 손을 든 아프리카 주민의 모습은 콩고를 폭력적으로 통치한 레오폴드 2세에 대한 비판 운동을 촉발했다.
위대한 사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이 찍힌 맥락과 사진이 만들어내는 담론이 곧 사진의 가치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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